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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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5세대 이동통신(5G)망 구축 사업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기싸움에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5G망 구축에 중국 화웨이 장비를 쓴다면 미국과 척을 지고, 화웨이를 배제한다면 중국과 무역 마찰이 일 수 있다. 일각에서는 영국이 미국 대신 중국의 손을 잡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3일(현지시간) AP,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미국 정부의 산업계 대표단은 안보 및 통신과 관련해 이날 영국에서 회동을 갖고 화웨이 문제를 논의했다.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정부는 5G 네트워크의 보안에 관해 계속 들여다보고 있다"며 "결정이 내려지면 의회에 이를 보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미국은 화웨이의 5G 장비가 중국의 스파이 행위에 이용될 수 있다며 동맹국들을 대상으로 화웨이 장비사용을 금지할 것을 요구해왔다.

특히 영국은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와 함께 미국과 민감한 정보를 교환하는 이른바 '파이브 아이즈(Five Eyes)'에 소속돼 있다. 미국은 화웨이 장비를 허용하는 국가와는 정보 공유를 중단하겠다며 압박 수위를 높여왔다.

파이브 아이즈 중 화웨이 배제를 선언한 곳은 미국, 호주, 뉴질랜드다. 캐나다는 아직 명확한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는데 영국의 이번 결정이 캐나다를 비롯한 다른 동맹국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정부는 영국이 화웨이 참여를 배제하면 중국 기업의 영국 투자가 중단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앞서 중국은 화웨이 제품을 사용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냈던 독일 의회를 향해 "독일 자동차의 중국 판매를 금지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영국은 화웨이의 핵심장비 사용은 금지하되 비핵심 장비는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화웨이 반대 동맹'이 흔들릴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미국 측의 반대가 거센 만큼 화웨이 장비 사용 여부를 결정하기까지는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영국은 이달 중 화웨이 5G 장비 사용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전해졌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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