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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미국 보스턴의대 연구진이 암세포의 면역관문 ‘PD-1’을 분해하는 ‘c-Cbl’이란 단백질을 발견했다. 항암치료에 새로운 가능성이 열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달 초 과학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 온라인판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연구진은 c-Cbl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유전자를 제거한 쥐와 일반 쥐에 각각 암세포를 이식했다. 이후 관련 유전자가 제거된 쥐에서 암세포가 더 빠르게 증식하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c-Cbl 단백질이 종양미세환경(암세포가 활발히 증식하기 위해 자기 주변에 만들어내는 물질들)을 바꾸고 면역관문인 PD-1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PD-1은 면역세포인 T세포에서 발현되는 면역관문의 일종이다. PD-1은 원래 T세포가 정상세포를 공격하는 것을 막는 기능을 한다. 그러나 암세포는 PD-1에 결합하는 물질인 PD-L1을 발현시켜 면역세포가 자신을 유해한 세포로 인식하지 못하도록 속인다. 면역세포가 암을 방치하는 사이 암이 증식·전이되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면역항암제의 하나인 면역관문억제제다. 암세포가 PD-1과 결합하지 못하도록 PD-1에 약물을 대신 결합시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MSD의 키트루다, BMS의 옵디보 등이다. 문제는 이 약물에 반응하는 암 환자가 전체의 20%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낮은 반응률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약물과 면역관문억제제를 병용하는 시도가 국내외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면역항암제 병용요법에 또 하나의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향후 c-Cbl 단백질로 PD-1의 발현을 조절할 수 있게 되면 흑색종, 방광암, 유방암, 신장암, 폐암 등 다양한 암종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비풀 치탈리아 보스턴의대 내과 교수는 “암이 발병하는 기전을 1개 이상 해결할 수 있는 치료제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며 “c-Cbl 단백질을 활성화하면 종양 형성에 관여하는 여러 단백질이 제어돼 PD-1 계열 면역관문억제제의 단독요법보다 뛰어난 항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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