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주가가 장중 사상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12월 중국에서 아이폰 판매량이 급증했다는 소식이 나오면서다. 지난해 출시한 '아이폰11' 가격 인하가 직접적 영향을 끼쳤다.

2018년부터 이어진 미·중 무역분쟁으로 중국 소비자들이 아이폰을 외면하고 화웨이 등 자국 기업 스마트폰을 선택하는 이른바 '애국 소비'가 늘자 애플 실적은 쇼크에 빠졌다. 그러자 애플이 지난해 3분기 신제품 아이폰11 가격을 크게 낮춰 중국 소비자들을 공략한 게 주효했다.

10일 CNBC가 중국 정보통신기술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2월 중국 내 아이폰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18% 이상 증가했다. 애플은 지난달 중국에서 320만대의 아이폰을 출하했다. 1년 전인 2018년 12월 270만대 출하에 비해 큰 폭으로 뛰어오른 수치다.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증시에서 애플 주가는 장중 2% 이상 오른 310.01달러까지 치솟아 장중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결국 애플 주가는 이날 2.12% 상승한 309.63달러로 장을 마쳐 1년 전(153.80달러)에 비해 약 2배 뛰었다.

애플은 지난해 아이폰11 시리즈 3종을 출시하면서 출고가를 전작 대비 대폭 낮췄다. 아이폰11의 출고가는 699달러(약 83만원)로 전작인 아이폰XR(749달러)에 비해 50달러(약 6만원) 인하됐다. 중국에서는 같은 모델을 5499위안(약 92만원)에 판매했다.
아이폰/사진=애플
아이폰/사진=애플
애플 사정에 정통한 궈밍치 TF인터내셔널 애널리스트는 "중국 시장에서 아이폰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은 아이폰11의 가격 인하 덕분"이라며 "(전작에 비해 가격이 인하된) 아이폰11은 대략 중국의 평균 월 임금의 1∼1.3배로 이는 (중국 소비자들을 공략하기에) 최적의 가격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2007년 첫 아이폰부터 줄곧 '고가 전략'을 유지해왔던 애플이 지난해 전격적으로 가격을 내린 것은 이른바 '차이나 쇼크' 학습효과라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애플은 2018년 총 2656억달러(약 315조원)의 전체 매출 가운데 510억달러(약 60조원)를 중국에서 거뒀다. 단일 시장규모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다.

2018년 4분기가 특히 문제가 됐다. 애플은 분기 매출 843억달러, 순이익 199억달러의 실적을 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5%와 0.5% 줄었다. 매년 9월경 아이폰 신제품을 발표하는 애플의 최대 성수기인 4분기에 매출과 순이익이 동반 하락한 것은 2007년 이후 처음이었다.

당시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투자자들에게 직접 서한을 보내 "주요 신흥시장에서 몇 가지 도전은 예상했지만 중국 등 중화권 경제의 감속 규모를 예측하지 못했다. 아이폰, 맥, 아이패드 모두에 걸친 매출 감소의 대부분이 중화권에서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아이폰의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2015년 12.5%로 정점을 찍은 뒤 2018년엔 미중 무역분쟁 영향에 7%대까지 축소됐다. 테크인사이트 등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해 9월 중국 시장에서 아이폰11을 출시하자마자 15.4%의 점유율을 달성했다. 지난해 4분기에도 12.6%의 점유율로 종전 연간 최고치를 능가한 것으로 추산됐다.
팀 쿡 애플 CEO가 2015년 중국 만리장성에 오른 모습을 자신의 웨이보에 올렸다. /팀 쿡 웨이보
팀 쿡 애플 CEO가 2015년 중국 만리장성에 오른 모습을 자신의 웨이보에 올렸다. /팀 쿡 웨이보
차이나쇼크 이후 행보에서 쿡 CEO의 '중국 사랑'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해 홍콩 반중 시위 참가자들이 경찰 실시간 위치와 최루탄 사용 여부 등을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앱)을 앱스토어에 올리자 애플은 해당 앱을 삭제 조치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애플이 홍콩 깡패들을 안내하는가?'제하 논평을 의식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애플은 또 지난해 10월 자사 운영체제 iOS 13.1 업데이트에서 홍콩·마카오 지역 아이폰에서 대만 국기 이모티콘을 지우는 등 중국 정부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 애썼다. 미 IT 전문매체 더버지는 "이는 대만, 티베트, 홍콩, 마카오를 독립국으로 간주하는 걸 '하나의 중국'을 위반한 주권 침해로 인식하는 중국 당국 요청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