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보존은 복부성형술 환자를 대상으로 한 비마약성 진통제 '오피란제린'에 대한 미국 임상 3a상에서 1차 지표인 '12시간 통증면적합'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24일 밝혔다. 비보존은 지난 5월부터 3개월간 미국에서 복부성형술 환자 307명을 대상으로 임상 3a상을 실시했다.

이두현 비보존 대표는 "1차 지표인 12시간 통증면적합의 통계적 유의성 확보에 실패했지만 실패 원인은 명확하게 파악했다"며 "구제약물 사용량 및 요청 횟수, 첫 번째 구제약물 요청시간, 오피오이드 미사용 환자 비율 등 2차 지표에서는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통증면적합은 시간대별 환자가 느끼는 통증강도를 0~10의 그래프로 표시했을 때 측정할 수 있는 면적이다. 통증이 클수록 통증면적합이 크다.

회사 설명을 종합하면 수술 후 통증강도 4 이하의 피험자에게서 위약 대비 오피란제린의 유효성을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비보존은 임상이 실패한 이유로 두 가지를 꼽고 있다. 우선 이 대표는 "복부성형술의 수술 후 통증강도가 그리 강하거나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고 했다. 오피란제린 대신 식염수를 맞은 위약군 가운데 통증강도가 3 이하인 환자가 20%, 4 이하인 환자는 30%였다. 이 중에는 0~1인 환자도 다수였다. 이 대표는 "엄지건막류 임상 2b상에서 봤듯 최초 통증강도가 너무 낮으면 약물의 진통 효능에 대한 변별력이 낮아져 통계적 유의성을 얻기 힘들다"고 했다.

이 같은 설명은 지난달 발표한 엄지건막류 임상 2b상 때와 동일하다. 비보존은 임상 2b상에서도 1차 지표인 12시간 통증면적합을 충족하지 못했다. 이 임상에서는 피험자 60명 모두가 통증강도 4 이상이었다. 당시 회사 측은 "통계적 유의성을 확인하기에는 환자 수가 너무 적었다"며 "통증강도 7 이상의 중증도 환자에서는 뛰어난 효과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또 "임상 3b상에서약물 투여 전 통증강도가 높은 환자를 주로 포함시키면 300명 미만의 환자 수로도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수술 후 통증강도 수준을 제한할 수 없었던 이유로 이 대표는 "이번 임상에서는 약물을 수술 전부터 투여해 복부성형술 후 통증강도가 최소한 4 이상이라는 예측 아래 환자를 등록했다"며 "그러나 약 30%의 환자가 4 이하의 통증강도로 임상에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위약군에서 구제약물로 사용된 마약성 진통제 '오피오이드'의 통증 감소 효과가 분명하게 나타나 오피란제린의 효능과 구분하기 어려웠다는 점도 언급됐다. 임상 3a상에서 약물군과 위약군 모두 오피오이드가 구제약물로 제한적으로 제공됐다. 구제약물은 시험 약물로 환자 통증이 제어되지 않을 때 추가로 맞을 수 있는 진통제다. 이번 임상에서는 환자가 원할 때 90분당 2회 오피오이드를 맞을 수 있게 했다.

회사 관계자는 "통증강도가 낮은 환자는 제한된 구제약물로도 통증이 쉽게 완화해 위약군으로서 변별력을 더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했다"며 "다음 임상에서는 구제약물로 오피오이드를 더 적게 제공하거나 아예 제공하지 않고 대신 약한 진통제를 주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추후 복부성형술 임상 3b상에 수술 후 최초 통증강도가 4~5 이상인 환자만 등록시키고 구제약물인 오피오이드의 용량을 줄이거나 타이레놀 같은 소염진통제를 사용하면 성공적인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이번 임상에서 모두가 기대하는 확증적 결과를 보여줄 수 없었으나 오피란제린의 유효성과 관련해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