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폭격기' 스텔스 전투기를 감지할 수 있는 기술의 단초가 나왔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첨단연성물질연구단 프랑수아 암블라흐, 기욤 카시아니 연구위원은 이같은 탐지기술을 이론적으로 개발했다고 23일 발표했다.

어두운 곳에서 손전등을 비춰 물건을 찾는 사람·장애물을 피해 비행하는 박쥐, 주변 지형을 감지하는 자율주행차는 유사한 원리를 이용한다. 각각 목표물에 빠른 속도로 접근했다 반사되는 빛, 소리, 전자기파로 물체를 식별하는 것이다. 특정량 이상의 충분한 빛과 소리, 전자기파가 반사됐을 때 가능하다.

반면 스텔스 전투기는 탐지용 레이더 빔을 반사하는 대신 흡수해버리기 때문에 식별이 안 된다. 연구팀은 빔을 흡수한다면 그만큼 온도가 올라갈 것이라는 단순한 원리에서 연구를 시작했다. "섭씨-273도(절대영도) 이상의 모든 물체는 원자들이 가진 열을 빛 형태로 방출한다"는 복사 원리다. 공항에서 전염병 등에 걸린 고열 환자를 찾아내는 적외선 카메라도 이 원리를 이용한다.
'안 보이는' 스텔스 전투기 감지 기술 나오나
문제는 스텔스기가 레이더빔을 흡수한다 해도, 기체의 온도 상승이 거의 측정이 되지 않을 정도로 미미해 스텔스 기능 무력화 기술 개발이 그동안 불가능했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레이더빔을 받은 스텔스기의 온도 변화 측정이 불가능해도, 방출하는 복사광선은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온도 상승에 따라 복사로 방출되는 빛의 세기가 매우 빠르게 증가한다는 '초선형성' 효과를 집중 분석했다. 이 효과에 따르면 상온에서 파장 800㎚(나노미터)의 적외선을 쬘 때, 온도가 1% 증가할 경우 복사로 발생하는 광자의 수는 57%나 증가한다. 즉 연구팀은 '광자 분석'이라는 우회로를 거쳐 매우 짧은 시간동안 나타나는 미미한 온도 상승 폭을 포착하는 데 성공한 셈이다.

연구팀은 또 초선형성 효과를 이용해 복사광선을 응축시키면 광학현미경에 준하는 다양한 초고해상도 탐지 기기를 새로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논문은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지난 17일자에 실렸다. 논문 제1저자 기욤 카시아니 연구원은 "자율주행 자동차와 레이더, 스텔스기의 탐지기술 등 분야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할 수 있는 연구"라고 설명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