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근로자들이 경기 화성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클린룸에서 반도체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근로자들이 경기 화성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클린룸에서 반도체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반도체 가격 턴어라운드(반전) 신호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끝을 모르고 떨어지던 메모리 가격이 하락세를 멈췄고 반도체 재고도 줄어들면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는 사상 최고치까지 치솟았다.

19일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이달 들어 D램 현물 가격이 10% 뛰었다. D램 현물가격(DDR4 8Gb 기준)은 지난 5일 개당 2.73달러로 바닥을 찍고 꾸준히 올라 16일 3달러를 넘었다.

D램 현물가격은 지난 7월 일본 수출규제 영향에 단기 수요가 몰리면서 열흘 만에 24% 급등한 적은 있었으나, 이번에는 재고 수준이 낮고 가격이 추세적으로 오르는 등 시장이 회복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D램익스체인지는 "현물 가격이 상승하며 D램 시장 전반에 걸쳐 업황 분위기가 개선됐다"며 "대형 고객사들의 구매가 늘어 내년 1분기에는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내년 1월 또는 1분기부터 서버 D램을 필두로 고정거래가격 상승세가 진행될 전망"이라며 "반도체 가격 상승 초입국면에 앉아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통상 D램 현물가격 반등을 반도체 시장 회복 조짐으로 본다.

현물 가격은 소비자가 시장에서 반도체를 직접 구입할 때의 값이다. D램 중 90%는 고정 가격으로, 10%는 현물 가격으로 거래돼 양은 많지 않으나 고정거래 가격을 예측할 수 있는 '선행지표'로 간주한다. 2016년 D램 사이클이 회복기에 접어들 때도 현물 가격이 먼저 올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공급사들의 재고 수준이 불황이 이어지던 올 상반기에 비해 크게 줄어들고 있는 것도 긍정적 신호다.

삼성전자 3분기(7~9월)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말 기준 반도체 재고 자산은 지난 2분기(14조5231억원)보다 1조9032억원(13.1%) 줄어든 12조6199억원으로 파악됐다. 메모리 반도체가 사상 최대 호황을 누리던 지난해 말 수준(12조7630억원)까지 줄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재고 자산은 올 들어 지속 감소하고 있다. 올 1분기 14조5796억원까지 치솟았던 삼성전자의 반도체 재고자산은 2분기 14조5231억원으로 줄었고, 3분기에는 12조6199억원으로 감소세가 가팔라졌다.

SK하이닉스도 3분기 보고서에서 같은 기간 재고 자산이 5조5887억원에서 5조4736억원으로 1151억원(2.1%)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이같은 반도체 제조사들의 재고 자산 감소 또한 반도체 업황 턴어라운드의 주요 징후로 간주된다.

시장은 즉각 반응하고 있다. 이날 국내 주식시장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장중 각각 5만7300원과 9만6400원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종전 최고가는 각각 5만7220원(액면분할 후 2017년 11월1일), 9만5300원(2018년 5월23일)이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최근 10거래일 만에 각각 15%, 20%씩 올랐다. 미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주가 역시 최근 한 달간 10% 상승했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전날 펴낸 보고서에서 "올해 4분기부터 시작된 낸드 가격 상승에 따라 서버 D램 가격이 내년 1분기에 상승할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목표주가를 큰 폭으로 올렸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