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게임을 PC에서 즐기는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결제 방식에 대한 게임업계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게임 이용 환경은 PC지만 게임 내 결제 수수료를 구글 등 모바일 콘텐츠 플랫폼 사업자에게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모바일 게임 이용 환경이 확장될수록 ‘탈(脫)구글’ 움직임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PC 버전도 인기 많아
 그래픽=이정희 기자 ljh9947@hankyung.com
그래픽=이정희 기자 ljh9947@hankyung.com
지난달 엔씨소프트가 내놓은 모바일 게임 ‘리니지2M’은 이달 1일 국내 매출(구글플레이 기준) 1위를 달성한 뒤 꾸준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매출 1위가 2년5개월 만에 바뀌어 화제가 됐다. 이전 1위도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이었다. 일각에서는 리니지M의 인기가 여전하기 때문에 리니지M이 다시 1위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하지만 리니지2M은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리니지2M의 인기 요인 중 하나로는 역시 엔씨소프트가 새로 내놓은 PC게임 플랫폼 ‘퍼플’이 꼽힌다. PC에서도 모바일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도와주는 서비스다. 스마트폰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최고 수준의 그래픽, 보다 자유로운 게임 조정, 지연이 없는 인터넷 환경 등을 제공한다. 넥슨의 자회사 넷게임즈가 지난달 내놓은 ‘V4’도 PC에서 이용 가능하다. 이 게임도 PC에서 모바일 환경보다 뛰어난 그래픽과 게임 이용 편의성 등을 제공하고 있다.

리니지2M과 V4 모두 이용자들의 높아진 눈높이에 맞춰 PC 게임에 맞먹는 성능으로 제작됐다. 이 덕분에 최신 스마트폰보다 고사양의 PC에서 게임이 제대로 구현된다. 게임 이용자들이 모바일에서 PC 버전으로 계속 옮겨가고 있는 이유다. 리니지2M의 PC 사용 비중은 30%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히 수수료 챙기는 구글

그러나 PC게임 이용 환경에서도 변하지 않은 시스템이 있다. 리니지2M의 PC 버전 이용자는 아이템 등 게임 내 콘텐츠를 구입하는 과정에서 구글 등 모바일 콘텐츠 플랫폼 사업자를 여전히 거쳐야 한다. 이용자의 게임 계정이 모바일 버전에 고정돼 있기 때문이다.

보통 PC게임에서는 게임업체가 제공하는 결제 시스템만 통하면 되지만 퍼플에서는 구글의 결제방식을 따라야 한다. 퍼플에서 발생하는 매출의 30%는 구글이 챙긴다. 구글이 PC 버전 게임 유통 과정에서는 모바일 플랫폼만큼 특별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는다. 반면 구글 계정 등 안드로이드(운영체제) 생태계 사용 명목으로 수수료를 받고 있다.

리니지2M PC 버전의 성공을 계기로 국내 게임업계의 속내가 복잡해졌다. 모바일 다중접속역할게임(MMORPG)을 준비하고 있는 게임업체들은 대부분 PC 버전도 검토하고 있다. 수수료가 문제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구글 등 모바일 플랫폼 사업자의 기여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PC 환경에서도 수수료를 그대로 지급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V4의 PC 버전을 내놓은 넥슨도 과도한 수수료 등 때문에 PC 버전의 결제 방식을 아직 정하지 못했다.

거세지는 ‘탈구글’ 바람

모바일 게임 이용 환경의 다양화로 ‘탈구글’ 전략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구글과 애플의 과도한 수수료 탓에 기존의 모바일 앱장터를 벗어나는 움직임이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총쏘기 게임 ‘포트나이트’로 유명한 미국의 게임 개발업체 에픽게임즈는 게임 유통 서비스인 에픽게임즈 스토어를 직접 만들어 다른 게임 개발사로부터 받는 유통 수수료율을 12%로 책정했다. 국내 토종 앱장터인 원스토어도 기본 수수료 비율을 20%로 낮추고 앱 개발사가 자체 결제시스템을 사용할 경우엔 그 비율을 5%까지 내렸다.

다만 글로벌 게임 출시와 스마트폰 이용자 확보 등을 위해 구글 등 모바일 플랫폼 사업자에게 수수료를 내고 계속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A게임사 관계자는 “모바일 게임 PC 버전의 이용자가 많다고 별도 결제시스템을 도입하면 구글이 구글플레이에서 해당 게임을 삭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