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토젠 "암 진단키트로 美·日·유럽 공략"
“혈액 속 암 단백질을 확인하는 액체생검은 암 조직을 떼어 현미경으로 분석하는 조직생검보다 간편하고 빠르게 암을 진단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암종별 독자적인 액체생검 진단키트 발전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입니다.”

암세포를 산 채로 잡아 암을 진단하는 독자적인 액체생검 기술을 확보한 싸이토젠의 전병희 대표(사진)는 “내년부터 암 진단키트의 해외 서비스를 확대해나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혈액 속 종양세포로 암 특성 분석

싸이토젠은 혈관을 타고 몸속을 돌아다니는 순환종양세포(CTC)를 찾아내 암을 진단하는 바이오벤처다. CTC는 암 조직에서 떨어져 나와 다른 장기에 암을 옮긴다. CTC를 검출하면 자기공명영상(MRI)이나 컴퓨터단층촬영(CT) 기기로 확인하는 것보다 조기에 암을 찾아낼 수 있다. 싸이토젠은 반도체 공학기술 등을 총동원해 지름 5㎛ 마이크로칩을 활용한 분석 시스템을 갖췄다. 혈액에서 백혈구층을 분리한 뒤 마이크로칩에 흘려 보내면 크기 5㎛ 이상의 암세포가 걸러진다. 여기에 특정 암종의 바이오마커를 염색한 뒤 특수 광선을 쬐면 CTC를 확인할 수 있다. 바이오마커에 따라 확인할 수 있는 암종이 달라진다. 몸속에 깊게 바늘을 찌르거나 절개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싸이토젠 연구원들이 순환종양세포(CTC)의 액체생검 결과를 확인하고 있다.  /싸이토젠  제공
싸이토젠 연구원들이 순환종양세포(CTC)의 액체생검 결과를 확인하고 있다. /싸이토젠 제공
국내외 제약사들로부터 러브콜

해외 기업의 러브콜도 잇따르고 있다. 싸이토젠은 최근 일본 대형 제약사 다이이치산쿄와의 연구용역 사업을 마쳤다. 다이이치산쿄는 비소세포폐암 환자 중 특정한 유전자 돌연변이 때문에 표적치료제에 내성이 생긴 환자를 위한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다이이치산쿄가 추진 중인 임상에서 항암제 내성 여부 등을 분석하는 동반 진단 파트너로 참여를 협의 중이다.

전 대표는 “CTC 기반 액체생검 기술을 활용하면 조직생검보다 빠르게 변이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며 “제약사들이 임상시험에서 효과를 보일 환자를 찾아내는 데 활용돼 신약 개발 성공 가능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싸이토젠은 국내 제약사 여러 곳과 전임상시험을 함께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췌장암 등 진단키트 내년 출시

암 분석을 위한 바이오마커 발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올해 10월부터 글로벌 생명과학기업 써모피셔사이언티픽과 함께 바이오마커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를 활용한 진단키트를 곧 미국에 출시할 계획이다. 폐암, 췌장암, 대장암 등 개별 진단키트는 병원에 납품하고 동반 진단키트는 제약사와 함께 개발한다. 전 대표는 “사업 본격화에 발맞춰 내년 상반기 미국, 유럽, 일본 등에 서비스 거점을 세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싸이토젠은 암세포 분석 장비 수출도 추진하고 있다. 회사 측은 글로벌 의료기기 회사들이 CTC 액체생검을 위해 개발한 분리기, 분석기 등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회사 관계자는 “회사 두 곳과 납품 계약을 협상 중”이라며 “계약 규모는 회사당 연간 100억원”이라고 설명했다.

싸이토젠은 진행하고 있는 사업들이 본궤도에 오르면 내년 매출이 손익분기점을 웃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싸이토젠은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반려동물 시장에도 주목하고 있다. 사람에게 사용하는 분석 기술을 동물에게도 적용해 암 진단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빅상익 기자 dir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