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와 승합차를 같이 부르는 ‘타다’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타다 금지법’ 영향으로 주춤한 사이 새로운 브랜드 택시가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택시 사업자들은 승차거부가 없고 서비스 품질이 높다는 점을 마케팅 포인트로 내세우고 있다.
'골라 타는 재미' 브랜드 택시…서비스는 왜 붕어빵 같지?
택시 춘추전국시대 열렸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KST모빌리티는 서울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과 손잡고 새로운 가맹택시 브랜드 ‘스위치’를 내놨다. 친환경 전기택시로 택시 패러다임을 바꾼다는 의미를 담았다. 서울지역에서만 100여 대를 운행하며 요금은 일반 중형택시와 같다. 탑승객에게 에코마일리지를 적립해준다. 회사 관계자는 “18일부터 마카롱 택시 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해 호출할 수 있다”며 “스위치 전용 앱은 내년 2월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카카오모빌리티의 대형승합택시 ‘카카오T 벤티’도 연말 특수를 노리고 있다. 역시 서울지역에서만 100여 대가 달린다. 중형택시 요금 3800원보다 200원 비싼 4000원이 기본요금이다. 승차거부 없는 바로 배차에 호출 수요에 따라 요금이 달라지는 탄력요금제를 적용한다. 대형승합차를 활용했다는 점은 타다와 비슷하다.

기존에 나온 브랜드 택시들도 규모를 키우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에 인수된 KM솔루션(옛 타고솔루션즈)이 지난 3월 출시한 ‘카카오T 블루(옛 웨이고 블루)’는 서울뿐만 아니라 대구에서도 운행 중이다. 승차거부가 없는 대신 서울에선 3000원, 대구에선 1000원의 호출료를 별도로 부과한다. KST모빌리티의 가맹택시 브랜드 ‘마카롱 택시’도 서울에 이어 대전, 경북 김천, 제주 등으로 운행 지역을 확장 중이다.

모빌리티 플랫폼 사업자만 새로운 택시에 도전하는 게 아니다. 서울택시업계와 티머니가 지난달 선보인 ‘온다택시’는 택시업계의 대항마다. 택시업계는 택시호출 앱만 개발한 것이 아니라 서비스 교육에도 신경썼다고 강조했다. 또 승차거부를 줄이기 위해 오전 7~9시와 오후 6~8시 출퇴근 시간에 건당 1000원, 오후 11시~새벽 2시 사이 심야시간엔 건당 2000원의 인센티브를 택시기사에게 지급한다.

티머니 관계자는 “강제 배차를 할 순 없지만 기사들이 목적지가 보이지 않는 콜(부름)을 받도록 하기 위해 인센티브제를 한시적으로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원래 받아야 할 서비스인데…”

새로운 택시들은 ‘가맹형 플랫폼 택시’로 분류된다. 기존 택시 사업자들이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플랫폼과 결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다. 프랜차이즈 사업처럼 직영과 가맹으로 사업을 할 수 있다. 카카오가 인수한 택시회사를 일종의 ‘직영점’으로 운영한다면 여기에 독립적으로 참여하는 택시회사는 ‘가맹점’이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기여금과 총량 제한이 없어 가맹형 택시에 관심을 보이는 사업자가 상당하다. 지난 12일 국토교통부가 연 모빌리티 간담회에 참여한 우버코리아, 벅시 등도 가맹형 택시 사업에 진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택시업계 한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가 ‘도미노 피자’급이라면 자신들은 동네 피자집 정도 사업은 해볼 수 있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우버코리아처럼 가장 큰 공급단체인 서울개인택시조합에 러브콜을 보내는 업체가 한두 곳이 아니다”고 말했다.

타다의 성공이 자극제가 됐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승차거부를 일삼고 손님에게 듣고 싶지 않은 정치 이야기를 남발하는 택시기사에게 지친 소비자가 많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서비스를 강조하는 브랜드 택시가 급증했다는 해석이다.

우후죽순처럼 브랜드 택시들이 등장했지만 차별점을 찾기는 쉽지 않다. 택시 관련 규제가 완전히 풀리지 않아서다. 렌터카 기사 알선의 범위를 제한해 ‘타다 금지법’으로 잘 알려진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에는 가맹형 플랫폼 택시에 관한 규제 완화 내용도 포함돼 있다. 모빌리티업계 한 관계자는 “진정한 플랫폼 택시가 되기 위해선 요금, 외관, 차량 등의 규제가 풀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