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와 관련한 걸림돌이 모두 사라졌다. 주무 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두 기업의 결합을 승인하면서다. 지난 2월 CJ ENM이 보유한 CJ헬로의 경영권(지분 50%+1주) 인수를 발표한 지 10개월 만이다. LG유플러스는 알뜰폰과 케이블TV 1위 사업자인 CJ헬로 인수를 계기로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과기정통부도 'OK'
‘도매대가 인하’ 등 조건부 승인

과기정통부는 지난 13일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를 조건부로 인가했다. 논란의 중심에 있던 알뜰폰사업 분리매각을 요구하지는 않았다. 이태희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알뜰폰시장 활성화와 가계 통신비 절감 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양사의 결합은 승인했지만 몇 가지 조건을 붙였다. 향후 LG유플러스는 출시하는 주요 5세대(5G) 4G(LTE) 이동통신 요금제를 알뜰폰업계에 모두 도매 제공해야 한다. 알뜰폰업체들이 LG유플러스와 비슷한 요금제를 활용할 수 있도록 통신망을 빌려줘야 한다는 뜻이다.

도매대가(통신망 임대료) 인하 조건도 들어갔다. LG유플러스는 5G의 도매대가를 최대 66%까지 낮춰야 한다. 예를 들면 LG유플러스의 5만5000원짜리 5G 요금제를 3만6300원에 제공해야 한다. 알뜰폰업체는 같은 요금제를 3만6300원부터 판매할 수 있다는 뜻이다. 알뜰폰 최초로 5G 요금제를 낸 국민은행의 리브M은 현재 이 요금제를 4만4000원에 팔고 있다. LTE 요금제의 도매대가도 의무제공사업자(SK텔레콤)보다 최대 4%포인트 인하해야 한다.

방송 분야에서는 공공성과 공적 책임 등이 강조됐다. 아날로그 가입자가 디지털TV를 보는 방식인 8VSB의 최저가 상품에도 지역채널을 포함하도록 했다. LG유플러스의 인터넷TV(IPTV)에는 CJ헬로의 지역채널 콘텐츠를 무료 주문형 비디오(VOD)로 제공해야 한다.

공정 경쟁을 위한 조치도 붙었다. 방송제작사(PP)와의 사용료 협상에서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면 안 된다. 케이블TV 가입자를 IPTV로 부당하게 전환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알뜰폰 시장 활성화 기대

과기정통부는 이번에 ‘1사 1알뜰폰(MVNO)’ 원칙을 사실상 폐기했다. LG유플러스가 CJ헬로를 인수하면 알뜰폰 자회사인 미디어로그와 함께 CJ헬로의 헬로모바일을 동시에 보유하게 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LG유플러스가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알뜰폰 분리매각 등 구조적 조건이 붙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부과된 조건도 대부분 LG유플러스가 제출한 방안과 비슷한 내용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달 알뜰폰업계와의 상생방안인 ‘U+MVNO 파트너스’ 지원 프로그램을 내놨다. 5년간 2조6000억원 규모 콘텐츠 투자를 하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이번 승인으로 알뜰폰 1위, 유료방송 2위 사업자가 된 LG유플러스는 정부의 결정을 환영했다.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정부가 제시한 요구 사항을 성실히 이행하겠다”며 “이번 인수를 바탕으로 LG그룹 통신사업의 제2의 도약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이번에 부과한 조건이 알뜰폰시장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알뜰폰사업자들은 침체한 알뜰폰시장을 살리기 위해 도매대가 인하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LG유플러스가 알뜰폰 도매대가를 인하하면 SK텔레콤과 KT도 따라 가격을 낮출 가능성이 높다.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는 막바지 작업만 남았다. 이번주 LG유플러스는 인가 조건을 담은 공문을 받는다. 오는 24일 CJ헬로는 주주총회를 열어 LG헬로비전으로의 사명 변경과 송구영 LG유플러스 홈미디어부문장(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 등을 논의한다. 주총이 끝나면 곧바로 이사회를 열어 송 부사장을 CJ헬로 대표이사로 선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