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의 여섯 번째 행성인 토성은 큰 고리로 유명하다. 목성, 천왕성, 해왕성도 고리를 갖고 있지만 토성만큼 선명하진 않다. 토성의 고리가 어떻게 생겨났는지는 아직 풀리지 않은 과학계의 미스터리 중 하나다. 태양계 생성 시기(약 45억년 전)에 함께 생겼다는 설부터 1억년 전이라는 분석도 있다.
[강현우의 월드사이언스] 물을 내뿜는 토성의 위성, 엔셀라두스
최근에는 토성의 위성 중 하나인 엔셀라두스(Enceladus)가 뿜어내는 물이 토성 고리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과학자들의 추측이 나오고 있다. 미 우주항공국(NASA)가 최근 엔셀라두스가 토성을 향해 물을 뿜어내는 사진을 공개하면서 그런 믿음이 더 강해지고 있다.

엔셀라두스의 크기는 총 62개인 토성의 행성 가운데 여섯 번째다. 가장 큰 타이탄의 10분의 1 수준이다. 지름은 500㎞. 엔셀라두스가 주목받는 이유는 지표면 아래 대량의 물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얼음으로 구성된 약 50㎞ 깊이 지표면 아래에 있는 지하수 바다가 위성 전체에 깔려 있다.

NASA는 2017년 4월 엔셀라두스의 지하수 바다에에 유기체가 먹을 수 있는 화학 합성물이 존재한다고 발표했다. 이 지하수 바다는 조석력에 의한 마찰 등으로 수십억년 동안 따뜻하게 유지됐다.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다는 기대가 점점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엔셀라두스 표면에 새겨져 있는 ‘호랑이 무늬’의 비밀이 밝혀져 이 위성이 다시 주목받았다. 호랑이 무늬는 엔셀라두스의 남극 지점으로부터 북극 방향으로 규칙적인 간격을 두고 평행하게 뻗어 있다. 무늬들 사이 간격은 약 35㎞, 길이는 130㎞씩이다. 이 무늬는 최소 10억년 이상 같은 모양을 유지해온데다, 이와 비슷한 지형이 태양계 어느 지역에도 없어 과학자들은 이 지형의 비밀을 연구해 왔다.
[강현우의 월드사이언스] 물을 내뿜는 토성의 위성, 엔셀라두스
미국 카네기멜론대, UC버클리, UC데이비스 공동 연구팀은 최근 학술지 네이처 천문학에 이 호랑이 무늬의 생성 원인을 밝힌 논문을 게재했다. 이 논문에 따르면 토성의 중력은 엔셀라두스의 지하 바다에 밀물과 썰물을 만들어낸다. 이 조석력은 지하수를 남극으로 끌어들여 얼음 지표면을 깨고 분출하도록 한다.

엔셀라두스의 지표면은 영하 200도에 달하지만, 조석력 때문에 뜨거워진 바닷물은 얼지 않고 지표면을 흘러간다. 남극 구멍에서 물이 지속적으로 배출되면서 지표면 아래의 압력이 줄어들기 때문에 북극 등 다른 지역에선 분출이 발생하지 않는다.

[강현우의 월드사이언스] 물을 내뿜는 토성의 위성, 엔셀라두스
연구팀 대표인 더글러스 헤밍웨이 카네기멜론대 교수는 “엔셀라두스의 중력과 토성이 발생시키는 조석력이 균형을 이루면서 호랑이 무늬가 규칙적으로 배열됐고, 구멍도 계속 열린 상태를 유지해 독특한 지형이 형성됐다”고 말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