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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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에 세금을 부과한다. 법적 사각지대에 놓였던 암호화폐를 제도권으로 편입시키고 주식·부동산 등 과세 대상인 투자 자산들과 형평성을 맞춘다는 취지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지난 8일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을 매긴다는 원칙에 따라 가상자산 과세방안을 논의해왔다"며 내년도 세법개정안에 암호화폐 과세안을 담기로 했다고 밝혔다. 암호화폐에 과세하려면 소득세법 개정과 함께 암호화폐에 대한 법적 지위도 부여해야 한다. 몇 년째 제자리걸음 하던 '암호화폐 제도화'에 나선다는 얘기다.

업계도 "이제라도 정부가 암호화폐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전환해 다행"이라며 반겼다.

일각에선 냉소적 반응도 나왔다. 수년간 정부가 암호화폐 업계의 숨통을 조여오다가 뜬금없이 세금부터 걷는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직 법제화조차 안 됐는데 세금부터 내라고 하는 것은 아쉬운 처사"라며 "최소한의 인프라 구축이나 관련 제도 정비부터 하면서 과세를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2017년 암호화폐 열풍 전후로 업계는 꾸준히 "암호화폐에 대한 명확한 규제나 가이드라인을 세워달라"고 요구해왔다. 그러나 정부는 신중론을 취하며 계속 관련 논의를 미뤄왔다.

이 때문에 대다수 업체들이 고사 직전 상황에 놓였거나 해외로 떠났고, 불법 사기 업체들만 활개를 치는 상황에 처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그나마 국회에서 암호화폐 관련 내용을 담은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개정안이 지난 25일 정무위원회를 통과,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기재부는 특금법 통과 여부와 별개로 행정부 차원 암호화폐 과세가 필요하다고 보고 이를 추진할 방침이다. 세수 부족, 조세형평성 문제와 더불어 암호화폐 관련 국제 트렌드 변화에 더이상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어서다.

기재부는 암호화폐 거래로 인해 발생한 소득을 양도소득과 기타소득 중 어느 쪽으로 분류할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정부가 암호화폐 거래 수익을 양도소득으로 판단할 경우 주식, 부동산 등과 같이 암호화폐 기준시가를 산정하고 거래 내역 등 과세 근거자료 확보가 필요하다. 반면 기타소득으로 분류할 경우 암호화폐 거래로 얻은 이득은 사업 소득이나 배당·연금 등 여타 기타소득과 합산해 연 1회 일괄 과세될 예정이다.

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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