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로 간 K스타트업

"시장이 크면 기회도 많다"
“인도에 가야겠다고 마음먹는 데 5분 정도 걸렸어요. 시장의 크기와 성장성, 성숙도라는 세 가지 기준을 완벽하게 충족하는 나라는 인도뿐이거든요.”

핀테크(금융기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밸런스히어로는 ‘인도의 토스’로 불린다. 현지 누적 다운로드 횟수만 7500만 건에 이른다. 사업 초기부터 타깃 시장을 한국이 아니라 인도로 설정한 게 눈에 띄는 대목이다. ‘기술과 아이디어엔 국경이 없다’는 스타트업 업계의 격언을 실천으로 옮긴 사례인 셈이다.
이철원 밸런스히어로 대표가 인도 시장의 특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밸런스히어로 제공

이철원 밸런스히어로 대표가 인도 시장의 특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밸런스히어로 제공

‘기존에 없던 서비스’로 시작

이철원 밸런스히어로 대표는 기업 간 거래(B2B) 기업인 아이마켓코리아 전략팀 출신이다. 자기 사업을 시작한 것은 2006년. 동남아시아에 컬러링(휴대전화 통화연결음)을 판매하는 사업으로 시장에 데뷔했다. 그는 이 사업을 하면서 ‘화무십일홍’을 경험했다. 2009년 들어 무료 컬러링 앱(응용프로그램)이 등장하면서 돈을 주고 컬러링을 구매하던 소비자들이 하나둘씩 사라졌다.

세상이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이 대표는 앱 비즈니스로 눈을 돌렸다. 이왕이면 비좁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사업을 하고 싶었다. 문득 떠오른 나라가 인도였다. 경쟁자가 많지 않으면서 시장이 큰 나라를 꼽아보니 인도만 한 대안이 없었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2015년 1월에 인도법인을 세우고 금융 앱 ‘트루밸런스’를 현지 시장에 선보였다.

인도는 스마트폰 데이터 선불제의 나라다. 돈을 내고 1GB나 2GB를 충전한 뒤, 이를 소진하면 새롭게 충전하는 식이다. 이 대표는 이 같은 환경을 감안해 데이터 잔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고안했다. 필요한 데이터를 무료·유료로 충전하는 서비스도 함께 구현했다. 이 대표는 “당시만 해도 데이터 잔량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앱이 없었다”며 “출시 19개월 만에 1000만 건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할 만큼 인기를 끌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트루밸런스에 전기료·가스비 결제, 보험 판매, 온라인 쇼핑 등의 기능을 하나씩 추가해 갔다. 가입자들이 데이터 잔량을 확인하기 위해 접속했다가 자연스럽게 다른 서비스까지 이용하게 만드는 전략이다.

밸런스히어로, 핀테크로 13억명 공략…'인도의 토스' 자리매김

‘리셀러’ 전략으로 50배 성장

돈이 되는 사업을 물색하던 이 대표는 인도의 결제 시장으로 눈길을 돌렸다. 인도에는 온라인 결제를 할 수 없는 사람이 10억 명이 넘는다. 은행 계좌가 없어서다. 이 때문에 인도에서는 온라인 결제나 할부 납입을 대신 진행하고 수수료를 받는 서비스가 존재한다.

밸런스히어로는 거래 대행 서비스를 앱에 구현했다. 정상적인 금융거래가 가능한 소비자가 은행 계좌가 없는 지인을 트루밸런스 앱에 인증시킨 뒤, 이 앱을 통해 결제하면 보상을 주는 게 서비스의 골자다.

거래 대행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트루밸런스의 성장세가 한층 더 가팔라졌다. 시장의 주도권을 가져온 것은 지난해다. 전년보다 거래액이 50배 늘었고 하루에만 30만 건의 거래가 트루밸런스를 통해 이뤄졌다. 새로운 ‘핀테크 공룡’의 등장에 투자자들도 열광했다. 소프트뱅크벤처스를 비롯해 다수의 투자사가 손을 내밀면서 누적 투자금액은 740억원까지 불어났다.

이 대표는 최근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인도 금융당국으로부터 디지털대출 라이선스를 받아 지난 9월 소액대출 서비스를 시작했다. 신청만 하면 5분 안에 돈이 들어온다. 간편하며 소액인 대신 금리는 비싸다. 하루 1% 수준이다. 신용평가사에 데이터가 없는 사람들이 상당하다는 점을 감안해 자체적인 신용평가 모델도 만들었다.

트루밸런스의 소액대출 서비스도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새다. 하루 10%씩 대출금액이 늘어나고 있다. 평균 대출금액은 8만~9만원 수준이다.

이 대표는 해외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면 인도를 염두에 두라고 조언했다. 그는 “시장이 크다는 것은 비어 있는 곳, 끼어들 곳도 많다는 의미”라며 “시장을 잘 들여다보는 창업가라면 인도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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