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 또 조심…위안부 할머니들 아픈 역사 '치유 게임' 만들겠다" [최수진의 IT'S UP]
"김복동 할머니 별세 소식이 게임 개발을 서두르게 했어요. 더는 미뤄선 안 되겠단 생각이 들었죠."

도민석 겜브릿지 대표(33·사진)가 PC게임 '웬즈데이'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다. '착한 게임'을 표방한 스타트업 겜브릿지를 창업한 도 대표는 생존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얼마 남지 않자 웬즈데이 제작을 결심했다. "나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가 계기라면 계기였다.

웬즈데이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소망을 담은 3D 스토리 어드벤처 게임. 매주 수요일 일본 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집회'에서 착안해 이름도 웬즈데이라 지었다.

웬즈데이의 주인공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인 가상인물 '순이'다. 1992년 순이 할머니가 인도네시아 일본 수용소에 갇혀있던 1945년으로 돌아가 동료들을 구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게임을 만들기까지 고민이 많았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어서다. 피해자 할머니가 위안부 시절로 돌아간다는 설정이 잔인하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그러나 도 대표는 자문을 받으러 찾아간 정의기억연대의 긍정적 반응에 힘을 얻었다.

"많은 논란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뉴미디어'에 대한 가능성과 필요성을 인정하더라고요. 과거에 구하지 못했던 동료를 구하는 게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염원이었다는 얘기도 들었죠."

"게임을 통해 할머니들의 한을 풀어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한 도 대표는 위안부 피해자 증거와 자료를 모았다. 작가가 개발에 투입돼 역사 논문 위주로 탐색을 했다. 조심스러운 작업인 만큼 정의기억연대에서 제공하고 검수해준 자료를 위주로 고증도 거쳤다.
"조심 또 조심…위안부 할머니들 아픈 역사 '치유 게임' 만들겠다" [최수진의 IT'S UP]
이를 바탕으로 역사적 현실감을 살리는 데 힘썼다. 일례로 게임을 시작하면 1992년 서울이 배경인데, 이해는 위안부 피해자 고(故) 김학순 할머니가 첫 공개 증언을 한 뒤 수요집회가 시작된 해다.

지금은 철거된 옛 일본 대사관을 실감나게 살리기 위해 3D 모델링으로 재건축해 게임에 집어넣었다. 순이 할머니의 집은 고 김복동 할머니가 살아 생전 지내던 집의 구조를 각색했다. 인도네시아 수용소 내부 모습도 과거 자료를 참고해 만들었다.

"웬즈데이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만든 스토리 어드벤처 게임이에요. 어드벤처나 스토리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에게 어필할 계획입니다. 그 토대 위에서 인물들 간 관계에서 나오는 영화적 연출이 가미된 시네마틱 컷 요소로 게임성을 확보할 생각입니다."
"조심 또 조심…위안부 할머니들 아픈 역사 '치유 게임' 만들겠다" [최수진의 IT'S UP]
도 대표는 웬즈데이로 거둔 수익의 절반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기부할 계획이다. 스팀 플랫폼을 통해 출시되는 웬즈데이의 다운로드 가격은 15달러(약 1만7000원)다. 여기에 약 1000~1만원의 추가 다운로드 콘텐츠를 제공할 예정이다.

현재 웬즈데이 개발 진척도는 65% 수준 정도다. 도 대표는 초기 기획부터 게임의 기본 골격을 갖추기 위한 시나리오 수집, 캐릭터 설정에 10개월가량 공을 들였다. 내년 상반기에는 웬즈데이를 선보일 예정이다. 게임이 완성되면 역사적으로 문제되는 부분은 없는지 정의기억연대를 비롯한 전문가들 의견도 수렴할 계획이다.

"웬즈데이가 게임으로서 인정 받는 게 첫 목표입니다. 수익이 나면 위안부 피해자 분들께 꼭 전달해드리고 싶어요. 웬즈데이 같은 게임들을 계속 제작해 성공 사례를 만드는 회사로 겜브릿지를 키워나가고 싶습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