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워치’ e스포츠팀인 ‘샌프란시스코 쇼크’ 멤버들이 지난달 27일 경기 부천시의 한 스튜디오에서 연습하고 있다. /김주완 기자
‘오버워치’ e스포츠팀인 ‘샌프란시스코 쇼크’ 멤버들이 지난달 27일 경기 부천시의 한 스튜디오에서 연습하고 있다. /김주완 기자
지난달 27일 오후 4시 휴대폰 판매점, 햄버거 프랜차이즈, 화장품 가게 등이 몰려 있는 경기 부천시의 한 상가건물 5층. e스포츠 스튜디오로 꾸며진 이 공간에서 앳된 청년 아홉 명이 편한 차림으로 PC 게임에 집중하고 있었다. 헤드폰에 달린 마이크로 같은 팀원끼리 전술을 논의하면서 컴퓨터 화면에 몰입했다.

게임이 끝난 뒤엔 스튜디오 한가운데 모여 게임을 복기하고 전략을 짰다. 이들은 지난 9월 총쏘기 게임 ‘오버워치’의 글로벌 e스포츠 대회 ‘오버워치 리그 2019 시즌 그랜드 파이널’에서 우승한 미국의 ‘샌프란시스코 쇼크’ 팀원들이다.

해외 유명 e스포츠팀들이 한국에 전지훈련 캠프를 잇따라 차리고 있다. 국내 프로야구 선수들이 정규시즌을 끝내고 겨울에 미국이나 일본으로 스프링캠프를 떠나는 것과 비슷하다.

한국은 여전히 e스포츠 강국

최신 컴퓨터에 인터넷 '빵빵'…e스포츠 전지훈련 성지 된 한국
2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오버워치 e스포츠 리그 소속 팀들은 올해 처음으로 서울 곳곳에 훈련캠프를 차렸다. 지난달부터 샌프란시스코 쇼크를 비롯해 프랑스의 ‘파리 이터널’, 캐나다의 ‘토론토 디파이언트’ 등 선수와 스태프 50여 명이 한 달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

또 다른 인기 게임인 ‘리그오브레전드(LOL)’의 해외 e스포츠 선수들도 비시즌을 맞아 한국에서 맹연습을 하고 있다. 북미 지역의 ‘클라우드9’, ‘골든 가디언스’, ‘플라이퀘스트’와 브라질의 ‘카붐 e스포츠’ 등 인기 e스포츠팀 선수들이 훈련 중이다.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해외 e스포츠 선수는 100명이 넘는다.

외국의 e스포츠팀들이 대거 한국에 스프링캠프를 차린 이유는 단순하다. 국내 e스포츠 환경이 탁월해 짧은 기간에 게임 실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연습 상대와 인터넷 속도다. 샌프란시스코 쇼크의 최재원 코치는 “다른 e스포츠에서도 그렇지만 오버워치에서 한국 선수들의 실력이 뛰어나 이들과 연습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고 말했다.

2003년 세계 최초의 팀 단위 e스포츠인 ‘스타크래프트 프로 리그’를 출범시킨 한국은 여전히 e스포츠 강국이다. 지난해 생긴 글로벌 오버워치 e스포츠 대회 결승전의 최우수선수(MVP)를 작년과 올해 모두 한국 선수가 차지했다. 앞서 출범한 리그오브레전드의 e스포츠 대회(LOL 월드챔피언십) 역대 우승팀의 절반 이상이 한국팀이다. 해외 e스포츠팀의 코치진 중 50% 정도가 한국인인 배경이기도 하다.

최 코치는 “온라인 게임이라서 미국에서도 한국 선수와 연습경기를 할 수 있다”며 “하지만 거리가 멀어 인터넷이 버벅거리기 때문에 제대로 경기를 치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게임은 1초 안에라도 승부가 결정된다. 그만큼 끊김 없는 인터넷 환경이 중요하다.

“한국 서버가 최고의 연습장”

개인 훈련도 한국만큼 효과적인 곳이 없다. 온라인 게임은 보통 지역별 서버를 통해 운영된다. 한국 게임 이용자들은 한국 내 서버에 몰려 있다. 해외 e스포츠 선수들은 개인 훈련 시간에 선수 못지않은 실력을 갖춘 이들과 대결하려고 한국을 찾기도 한다.

샌프란시스코 쇼크의 박대희 감독은 “한국 게임 이용자들은 승부욕이 강해 선수들이 실력을 쌓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최근 실력이 급격히 늘고 있는 중국 선수들과의 연습경기에도 한국이 안성맞춤이다. 중국과 거리가 멀지 않아 인터넷 지연이 거의 없다.

이들 해외 e스포츠 선수들의 한국 내 일과는 단조롭다. 깨어 있는 시간에는 대부분 훈련에 집중한다. 샌프란시스코 쇼크 선수들은 훈련장소 인근의 호텔에서 쉬고 오전 11시에 모인다. 렌터카 기반 승합차 호출 서비스인 ‘타다’를 이용해 약 30분 걸리는 훈련장소로 이동한다.

훈련장소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단체연습을 한다. 도중에 한 번 쉬는 시간이 있다. 저녁식사를 한 뒤에는 자유시간이지만 개인 연습에 들어가 밤까지 홀로 게임한다.

올해 오버워치 리그의 시즌 MVP에 선정된 샌프란시스코 쇼크의 제이원(게임명 시나트라) 선수는 “한국 생활이 아주 만족스럽다”고 했다. 최근 한국 식당에서 ‘먹방(먹는 장면 방송)’ 생중계로 팬들에게 큰 호응을 받기도 했다.

글로벌 e스포츠 시장이 커지면서 한국을 찾는 e스포츠 선수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게임산업 전문 조사업체 뉴주는 글로벌 e스포츠 시장 규모가 지난해 9억600만달러(약 1조695억원)에서 2021년 16억5000만달러(약 1조9748억원)로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