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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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초 유튜브는 키즈 유튜버들에게 아동용으로 제작된 모든 동영상의 데이터 수집 및 사용을 제한하며, 맞춤 광고 게재와 댓글 기능을 제공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메일을 보냈다. 키즈 유튜버를 대상으로 광고 수익을 올리는 것을 제재하겠다는 의도다. 유튜브는 채널 시청시간 4000시간 이상, 구독자 1000명 이상의 채널에서 동영상 중간에 광고를 게재해 수익을 올리는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유튜브가 이러한 규제를 실시하는 데는 '키즈 먹방' 콘텐츠가 '아동학대'라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 키즈 채널은 6세 쌍둥이가 10㎏짜리 대왕문어를 통째로 먹는 모습을 내보냈고, 네티즌들은 "성인도 씹기 힘든 음식을 두고 '먹방'을 연출한 건 '아동 학대'에 해당한다"고 비판했다.

성인도 매워서 먹기 힘든 '불닭볶음면'을 어린이가 먹으며 힘들어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도 유튜브에 수십 건 올라와 있다. 이 영상들에는 "아이들의 소화기관은 성인과 다르게 약하기 때문에 안 좋을 수 있다"는 댓글이 여럿 달려 있다. 하지만 이 중에서도 인기가 높은 영상은 조회 수가 64만뷰를 기록한다.

아이들이 맵고 질긴 음식을 먹으며 괴로워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보며 시청자들은 자극받고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낀다는 해석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성인이 대왕문어나 불닭볶음면을 먹는다고 하면 특이할 것이 없지만 아이들이 먹는다면 특이하다. 한마디로 자극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진화심리학에 따르면 인간은 좋은 소식보다 안 좋은 소식에 더 끌리게 되어 있다"라면서 "일상생활이 고단한 성인들은 일종의 사회적 약자인 아이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동방상련'을 느끼며 위로를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어린이들 사이에서는 이러한 영상을 소비하는 것이 하나의 '놀이 문화'라는 시선도 있었다. 한 MCN(다중채널네트워크·유튜버 등에게 방송기획·제작·송출, 프로모션 등을 지원하고 수익을 배분하는 기업)업계 관계자는 "유튜브를 시청하는 세대 중에 어린 친구들이 많다. 성인과 다르게 어린아이들은 자신과 같은 나이 또래의 친구가 특이한 음식을 먹으며 반응하는 것을 보며 '함께 논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에서도 이런 놀이를 할 때 지도하고 제재하는 선생님이 존재하듯 아이들이 이런 콘텐츠를 만들고 소비한다면 부모님의 지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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