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인공지능·온라인 메신저 분야서 종횡무진
'첫눈 어벤저스'가 韓·日 IT 지형 바꿔놨다

모바일 메신저 라인과 인터넷 게임 배틀그라운드. 최근 10년 동안 한국에서 내놓은 인터넷 서비스 중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성공한 콘텐츠다. 일본에서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라인의 글로벌 이용자 수는 8000만 명이 넘는다. 총쏘기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즐긴 게이머는 세계적으로 4억 명이 넘는다.

해외에서 크게 성공했다는 것 외에도 두 콘텐츠에는 공통점이 있다. 라인을 만든 신중호 라인 공동대표와 배틀그라운드의 펍지를 키운 장병규 크래프톤(펍지 모회사) 이사회 의장 모두 인터넷 검색업체 ‘첫눈’ 출신이다.

최고 개발자들이 모였던 첫눈

지금은 사라진 첫눈 출신들이 국내외 정보기술(IT)업계의 지형을 바꾸고 있다. 모바일 메신저, 게임,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IT 분야에서 혁신을 이끌고 있는 것. 최근 네이버가 해외 시장에서 급격히 성장한 배경에도 첫눈 출신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첫눈은 게임업체 네오위즈의 2대 주주였던 장병규 대표(전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가 2005년 설립한 인터넷 검색 전문업체다. 검색 단어별 웹문서의 중복 정도를 분석해 관련 정보를 추출하는 독창적인 검색기술인 ‘스노우 랭크’를 보유하고 있었다. 전체 직원의 60% 이상은 국내 최고 수준의 검색 부문 개발자들로 구성됐다.

당시 인터넷 검색 분야 인력이 턱없이 부족했던 국내 포털업체들은 첫눈의 설립 초기부터 눈독을 들였다. 전문 인력이 부족한 네이버도 마찬가지였다. 국내 인터넷 시장 진출을 본격 준비하던 구글에서도 첫눈에 ‘러브콜’을 보냈다.

결국 네이버는 350억원을 투자해 설립된 지 1년도 되지 않은 직원 60여 명의 첫눈을 사들였다. 당시(2005년) 네이버 영업이익의 25%가 넘는 거액이었다.

한국 IT업계 혁신 이끌어

네이버에 인수된 첫눈 직원 일부는 네이버를 떠나 국내 IT업계 곳곳에 포진하기 시작했다. 첫눈을 매각한 장 대표는 게임업체 블루홀(현 크래프톤)을 설립해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총쏘기 게임 ‘배틀그라운드’를 내놨다. 또 벤처캐피털(VC)인 본엔젤스를 세워 음식 배달 서비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등을 발굴했다.

SK텔레콤에서 인공지능(AI) 사업을 이끌었던 이상호 11번가 대표도 첫눈 출신이다. 그는 첫눈에서 검색랭킹팀장을 맡았다. 카카오의 AI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김병학 카카오 AI랩 총괄부사장도 첫눈에서 근무했다. 인공지능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보이저엑스의 남세동 대표도 첫눈 출신이다. 그는 라인에서 인기 앱(응용프로그램) ‘라인카메라’ ‘B612’ 등을 만들기도 했다.

최근 첫눈이 다시 주목받고 있는 것은 네이버에 남은 첫눈 출신들의 활약상 때문이다. 네이버(옛 NHN)는 2006년 6월 ‘첫눈’ 인수를 발표하는 보도자료에서 “글로벌 인터넷 기업으로의 도약을 시도하겠다”고 공언했다. 네이버는 미국과 일본 등 해외 인터넷 시장에 진출했지만 내세울 만한 성과가 없었다. 오히려 구글 등 해외 기업의 안방 공세가 본격화되고 있었다.

‘글로벌 인터넷 기업’을 강조한 네이버 목표에 업계나 시장의 반응은 부정적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네이버는 10년도 되지 않아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앞세워 글로벌 인터넷 기업으로 도약했다. 최근에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산하 일본 포털업체인 야후재팬과 경영 통합에 나서면서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네이버의 글로벌 성장 견인

해외 시장에서 첫눈 인수 효과가 바로 나타나지는 않았다. 네이버는 2009년 일본 인터넷 검색 시장에 다시 도전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일본 시장 철수까지 고민했다.

실마리는 신중호 대표(당시 NHN재팬 이사)가 찾았다. 그는 2011년 일본 도호쿠(東北) 대지진 발생으로 모바일 메신저의 시장성을 발견했다. 바로 개발에 착수해 3개월 만에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내놨다. 신 대표 외에도 첫눈 출신들이 라인에서 핵심 업무를 맡고 있다. 박의빈 최고기술경영자(CTO)가 첫눈에서 네이버로 이직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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