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1일 0시.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는 5세대(5G) 이동통신 전파를 처음으로 발사했다. 새로운 이동통신 서비스 시대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자 한국이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임을 세계에 알린 상징적인 순간이었다.국내 5G 가입자는 최근 4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내년에는 1000만 명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통신 3사의 5G 이동통신 서비스 확보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통신 3사는 5G 전파 발사 1주년을 앞두고 5G 특화 서비스를 확보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에 나선다고 밝혔다.‘더 실감나게’…VR·AR 서비스 강화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최근 5G 콘텐츠 등에 5년간 2조6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는 증강현실(AR) 등 실감형 콘텐츠 중심으로 투자하고 있다. 올해 AR 스튜디오를 마련해 콘텐츠를 제작해왔다. 국내 통신사 중 유일하게 AR 제작 스튜디오를 갖췄다. 내년 상반기엔 규모가 더 큰 제2 AR 스튜디오를 연다.새로운 5G 전용 서비스도 내놓는다. 클라우드와 AR을 결합해 영어교육, 동화, 자연관찰 등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교육 서비스와 PC 없이 고품질 가상현실(VR)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클라우드 VR 게임 서비스다. 5G 특화 서비스 강화를 통해 내년 5G 가입자를 세 배 이상으로 확대, 전체 모바일 가입자의 30%까지 늘린다는 목표다.SK텔레콤은 4월 초 5G 서비스 상용화 이후 지금까지 200만 명에 가까운 가입자를 모집해 5G 시장에서도 점유율 1위를 지켰다. 세계 이동통신사 가운데 처음으로 5G 가입자 100만 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SK텔레콤도 내년 VR과 AR 서비스를 선제적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롤(LOL) 파크, 올림픽공원, 부산 해운대 등 특정 지역에서 5G VR, AR 등 실감형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5G 클러스터’ ‘5G 부스터파크’ 서비스를 강화한다.5G 서비스 수출에도 나선다. VR, 클라우드 게임, 미디어, 보안 등 5G 서비스 분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글로벌 기업과 협력을 가속화한다는 전략이다. 내년에는 페이스북 자회사 오큘러스, 카카오, 넥슨 등과 함께 선보인 VR 서비스 ‘버추얼 소셜 월드’를 미국 등에서 시작할 예정이다. 클라우드 게임, e스포츠 중계 등의 서비스도 내년부터 본격화한다.기업 시장 잡아라…5G B2B 투자 확대KT는 기업 간 거래(B2B) 서비스 투자를 확대한다. 스마트팩토리, 스마트병원, 인공지능(AI) 아파트 등이다.5G VR 서비스도 강화한다. 지난 6월 선보인 구독형 VR 서비스인 ‘슈퍼 VR’ 콘텐츠를 꾸준히 보강한다는 계획이다. 기존 엔터테인먼트 위주의 콘텐츠에 교육, 부동산, 헬스 등 생활에 유용한 VR 콘텐츠를 추가한다. 다운로드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는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도 내놓는다.LG유플러스는 지난 25일 서울 용산에 있는 본사에서 5G 전파 발사 1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열었다. 황 부사장은 “1년간 LG유플러스 5G 가입자가 5G 특화 서비스를 이용한 시간은 총 7000만분”이라며 “내년엔 5G 가입자 1000만 명 시대가 열리는 등 5G 서비스 활용이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했다.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
SK브로드밴드는 SK텔레콤, 노키아와 ‘다파장 유선 가입자망 가상화 기술’을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다파장 유선 가입자망 가상화 기술은 회선당 용량을 최대 40Gbps(초당 기가비트)까지 늘리는 핵심 기술이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다양한 종류의 네트워크 장비를 효율적으로 조작할 수 있어 8K UHD 영상,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등 대용량 신규 서비스를 도입하는 데 드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또 부품이 고장나거나 케이블이 끊기는 장애가 발생했을 때 빠르게 감지하고 자동으로 복구할 수 있다.SK브로드밴드는 경기 성남시에 있는 SK텔레콤 유선망 테스트베드에 이 기술을 적용해 인터넷TV(IPTV) 서비스를 시연하는 데 성공했다. 조만간 실제 서비스에 적용하고, 국제 기술 포럼에 공개할 예정이다.박찬웅 SK브로드밴드 인프라부문장은 “유선 가입자망 가상화는 효율적인 네트워크 운용을 위한 핵심 기술”이라며 “국내 중소기업들과 관련 기술을 함께 개발하는 등 생태계 조성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
“‘한류’를 넘어 ‘아시안 웨이브(wavve)’를 함께 만듭시다.”박정호 SK텔레콤 사장(사진)은 25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문화혁신 포럼’에 연사로 참여해 범(汎)아시아권 콘텐츠 연합을 세우자고 제안했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장악하고 있는 콘텐츠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협력’을 내세운 셈이다. SK텔레콤이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 이후 경쟁력 있는 해외 기업들과 협력해온 것과 일맥상통한다.“아시아 아우르는 OTT 필요”박 사장은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최고경영자(CEO)로는 이례적으로 문화혁신 포럼 연사 자격으로 연단에 섰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 등과 나란히 무대에 올랐다.박 사장이 콘텐츠 분야 전략으로 내세운 건 ‘아시아 무브먼트(Asia Movement)’다. 협력을 통해 아시아의 문화적 가치를 담은 콘텐츠 시장을 확장해 나가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아시아가 하나의 팀(TEAM·tech-driven entertainment for asian movement)이 될 것을 강조했다. 그는 자본 투자와 기술 협력, 제작 역량 교류·육성 등을 지원하는 ‘아시아 콘텐츠 스튜디오’를 세우자고도 했다.아시아 연합을 강조하는 건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의 성장에 따른 위기의식 때문이다. 이달에 디즈니, 애플 등이 줄줄이 OTT를 내놓으면서 각국 콘텐츠 시장이 잠식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SK텔레콤은 넷플릭스 등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9월 지상파 3사와 함께 OTT 플랫폼 ‘웨이브(wavve)’를 출시했다. 박 사장은 “250여 개의 쪼개진 플랫폼으로는 아시아의 가치를 담은 글로벌 대작 콘텐츠를 제작하기 힘들다”며 “규모는 글로벌 플랫폼 경쟁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5G가 미디어, 게임 등 산업에 가져올 변화와 기회도 제시했다. 여러 화면을 한 번에 보는 ‘멀티뷰’, 보다 선명한 ‘초고화질’ 영상 등을 소개했다. 게임 분야에서는 모바일에서도 다운로드 없이 할 수 있는 ‘클라우드 게임’이 대세가 될 것으로 봤다. 박 사장은 “게임을 스트리밍으로 즐기게 되면서 게임도 ‘OTT 서비스화’될 것”이라고 했다.해외 기업과 속속 ‘협력’‘개방’과 ‘협력’은 박 사장이 강조해온 가치다. SK텔레콤은 그동안 경쟁력 있는 국내외 기업과 손잡아왔다. 5G가 상용화되면서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 기회가 열린다고 본 것이다. 박 사장은 취임 후 공식석상에서 “5G 시대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글로벌 협력으로 이동통신을 넘어 기업 가치를 재평가받을 것”이라고 말해왔다.대표적인 게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협력이다. 박 사장은 지난 3월 사티아 나델라 MS CEO와 만나 5G,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등 첨단 ICT 분야에서 포괄적 협력을 하기로 했다. 지난 9월에는 클라우드 게임 공동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SK텔레콤은 MS의 콘솔(가정용 게임기) ‘엑스박스(Xbox)’의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국내에서 독점 운영한다.e스포츠 분야에서는 미국 미디어 기업인 컴캐스트와 손잡았다. e스포츠·게임 공동 사업을 위한 합작회사(JV)인 ‘T1 엔터테인먼트&스포츠’를 설립하고, SK텔레콤의 e스포츠 구단 ‘T1’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해외 통신·방송사와의 협력도 속속 이뤄지고 있다. 독일 도이치텔레콤, 싱가포르 싱텔, 괌·사이판 IT&E 등 통신사와 5G 기술 및 콘텐츠 등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미국 최대 지상파 방송사인 싱클레어와는 합작회사를 만들고 미국 전역 방송국에 5G 기반 방송 솔루션을 공급한다.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