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타다’로 불리는 벅시가 물류 분야로 사업 영역을 넓힌다. 모빌리티(운송수단) 사업을 통해 축적한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어서다. 택시업계와의 갈등으로 모빌리티산업이 혼란에 빠져 있다는 점도 감안했다.
'원조 타다' 벅시, 물류 사업에도 진출
이태희 벅시 공동대표(사진)는 10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모빌리티와 물류 사업을 동시에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경기 성남시 판교 경기문화창조허브를 기반으로 성장한 벅시는 2016년 4월 기사 포함 11~15인승 렌터카 기반 승합차 호출 서비스를 국내에서 처음 선보인 기업이다. 이 회사의 거점은 공항이다. 인천공항과 김포공항, 김해공항, 청주공항 등 공항과 도심을 이동하려는 관광객 및 단체승객에게 기사를 포함한 렌터카(승합차)를 제공하고 있다. 하루 200팀 안팎이 벅시를 이용한다.

벅시가 사업 영역을 넓힌 배경은 복잡하다. 우선 검찰이 승합차 호출 서비스 ‘타다’를 서비스하는 VCNC 등을 기소하는 등 모빌리티업계의 갈등이 만만치 않다. 7·17 택시제도 개편 방안을 기반으로 한 법안의 연내 통과 여부도 불투명하다. 택시업계의 거센 반발 탓이다.

이 대표는 “우리를 포함한 상당수 모빌리티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은 정부가 마련한 택시제도 개편 방안의 조속한 입법을 희망한다”며 “소규모 스타트업에 대한 기여금 완화 등만 이뤄지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결국 벅시는 ‘계란을 여러 바구니에 나눠 담는다’는 전략으로 선회했다. 최근 물류 기업 카리스국보에서 20억원을 투자받은 것도 사업을 다변화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 대표는 “지금 물류시장은 택시 중개 앱(응용프로그램)이 나오기 전과 비슷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전화로 택시를 부르면서도 이 택시가 어디에 있는지, 예상 금액과 소요 시간은 얼마가 될지 알 수 없다는 얘기다.

그는 “대형 물류회사에서 10명이 필요하다고 할 때 10명만 부르지 않고 20명, 30명에게 콜(호출)을 하고 있다”며 “최저가를 부르는 기사에게 물량을 넘기는 식으로 ‘가격 후려치기’를 하는 곳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호출 과정이 팩스나 전화로 이뤄져 투명성과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문제”라고 덧붙였다.

내년 1월 컨테이너 트럭과 시멘트 트럭에 안전 운임제가 도입되면 이전과 같은 가격 후려치기가 힘들어진다. 화물차의 운행거리와 t당 운임비용을 산정해 택시미터기 요금처럼 거리와 중량에 따라 비용을 산정하는 게 새 제도의 골자다.

벅시는 정보기술(IT)을 활용한 효율성 제고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고 보고 웹과 앱 기반 실시간 화물 추적·예약 배차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사업 파트너인 카리스국보는 신규 사업을 위해 500억원을 증자한 상태다.

기존 모빌리티 사업도 병행한다. 벅시는 타다와 달리 불법 논란에서 비켜나 있다. 현행법상 택시만 할 수 있는 배회 영업을 하지 않고 예약제로만 운영하고 있다. 2017년 국토교통부로부터 합법 판정을 받았다. 택시업계의 시선도 호의적이다. 공항과 도심을 연결하는 서비스에만 주력하고 있어서다. 이 대표는 “내년 상반기에 서울개인택시조합과 대형 승합 택시를 내놓기 위해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