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이 개발한 양자컴퓨터
IBM이 개발한 양자컴퓨터
KAIST가 차세대 컴퓨터인 ‘양자컴퓨터’용 소자를 상온에서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조용훈 KAIST 물리학과 교수팀은 머리카락 굵기보다 100배 얇은 육각형 반도체 막대 구조를 활용해 극저온에서만 만들 수 있었던 양자 입자 ‘엑시톤-폴라리톤’을 생성하고, 이를 상온에서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고 8일 발표했다.

양자 입자는 질량 같은 물질의 고유 특징이 지속적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디지털컴퓨터의 비트(0 아니면 1이다)와 달리 양자컴퓨터의 큐비트(0일 수도 있고 1일 수도 있다)를 구현하기 위해선 양자 입자의 생성과 제어가 관건이다.

엑시톤은 반도체 속에서 움직이는 전자와 정공(전자가 차 있지 않은 구멍)이 정전기적 인력으로 인해 결합된 ‘준(準)입자’다. 폴라리톤은 빛과 전자의 두 가지 성질을 띤 양자 입자를 지칭한다.

빛이 반도체 내부 엑시톤과 상호 작용하다 보면 특수 양자 입자인 ‘엑시톤-폴라리톤’이 생성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엑시톤-폴라리톤의 질량은 전자보다 10만 배, 원자보다 10억 배가량 가볍다.

조 교수팀은 질소(N)화물 반도체에서 3차원(3D) 육각형 막대 구조를 구현하면 상온에서도 엑시톤-폴라리톤이 생성될 수 있음을 실험을 통해 증명했다.

기존 양자컴퓨터 연구에 쓰이는 비소(AS)화물 반도체의 경우 엑시톤이 금방 사라지기 때문에 절대영도(영하 273도) 이하 등 극저온 환경이 필수였다. 구글, IBM 등이 선보인 양자컴퓨터 대부분이 극저온 초전도 환경에서 작동한다.

조 교수팀은 또 고해상도 레이저 광학 시스템을 이용해 엑시톤-폴라리톤의 운동량을 제어하는 데도 성공했다.

이번 성과는 양자컴퓨터 성능의 관건인 ‘결맞음’과 직결된다. 큐비트 상태는 오래 못 가 으레 깨지는데 이를 결깨짐, 반대를 결맞음이라고 한다.

조 교수는 “이번에 만든 엑시톤-폴라리톤 플랫폼은 복잡한 극저온 장치가 필요 없기 때문에 양자컴퓨터 연구 문턱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며 “고효율 비선형 광소자부터 상온에서 작동 가능한 양자 광소자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연구 성과는 미국 광학회 국제학술지 ‘옵티카’ 10월 20일자에 실렸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