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플랫폼 근로자인 배달대행기사를 개인사업자가 아닌 근로자로 봐야한다는 판단이 나왔다. 온디맨드(수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기업의 성장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북부지청은 5일 배달 앱(응용프로그램) 업체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의 위탁계약 배달대행기사 5명이 제기한 임금체불 및 계약변경 관련 진정에서 이같이 판단했다고 밝혔다. 고용노동청 관계자는 “이들이 실제로 시급제를 적용받았고, 실질적인 근로감독 및 지휘를 받은 정황이 있어 근로자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배달기사들이 사측을 상대로 진정을 제기한 것은 지난 8월이다. 앞서 이들은 지난 4월 시급제로 고정급을 주겠다는 사측 제안을 받아들여 시급 1만1500원을 받기로 했다. 다만 서류상으로는 각각 개별사업자로 회사와 위탁계약했다. 그러나 석달여만인 7월께 시급이 삭감되자 배달기사들은 사측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위반했다며 고용노동청에 진정서를 냈다. 배달기사들은 출퇴근 기록을 모두 작성하고 사측의 지휘 감독도 받은 만큼 근로자성이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또 이에 따른 주휴수당도 사측이 지급해야 했지만 체불됐다고 했다.

쟁점은 계약 내용이었다. 진정을 제기한 이들은 서류상으로는 개인사업자 자격으로 사측과 계약을 맺었다. 다만 사측의 제안을 통해 구두 계약으로 시급제 고정급을 받기로 한 것이다. 고용노동청은 배달기사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들의 근로자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반면 주휴수당이 체불됐다는 주장은 기각했다. 고용노동청은 “배달기사들의 통상임금은 지각·결근 시 받은 9300원으로 봐야 한다”며 “이를 적용할 시 사측이 배달기사들에게 주휴수당을 체불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판단을 받아든 배달대행 업계는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근로자성이 인정되면 근로기준법에 따라 주휴수당과 퇴직금을 보장받는다. 고용주의 비용부담이 가중되는 셈이다. 배달기사 연합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의 주장에도 한층 힘이 실릴 전망이다.

배달업계는 업체의 비용 부담이 커지면 배달대행 플랫폼을 제공하는 기업뿐만 아니라 배달기사, 이들을 이용하는 소상공인 모두에게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사들은 직고용이 아닌 자유로운 계약 형태를 원한다”며 “근로자성 인정과 직고용으로 배달 비용이 높아지면 소상공인, 나아가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태웅/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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