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게임산업
(2) 약해진 수출 경쟁력

中, 韓 신작게임 2년 넘게 막아
세계 최대시장서 매출 '직격탄'
넥슨·넷마블·엔씨 '빅3' 수출 줄어
일본에 상장된 게임업체 넥슨은 지난 8월 2분기 실적 발표 때 300억엔(약 3243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겠다고 깜짝 발표했다. 주가를 부양하기 위한 대응책이었으나 넥슨 주가는 다음날 20% 이상 떨어졌다.

넥슨의 주가 전망이 밝지 않은 건 중국 내 매출 감소 우려 때문이다. 중국은 최대 수익원이지만 올해 2분기 현지 매출이 212억엔(약 2293억원)으로 1년 전보다 8.2% 감소했다. 넥슨은 3분기 중국 실적도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게이머들이 지난해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열린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 ‘지스타(G-STAR)’에서 PC게임을 하고 있다.  /한경DB

게이머들이 지난해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열린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 ‘지스타(G-STAR)’에서 PC게임을 하고 있다. /한경DB

수출 최고 효자인 ‘던파’ 부진

한국 게임산업 수출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게임은 콘텐츠 수출의 66.9%를 차지할 정도였는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면서 수출이 쪼그라들고 있다.

국내 1위 게임업체 넥슨의 중국 수출 감소는 PC 게임 ‘던전앤파이터’의 매출 하락 때문이다. 이 게임의 수입은 대부분 중국에서 나온다. 게임시장 전문 분석업체 슈퍼데이터에 따르면 넥슨 자회사 네오플이 개발한 던전앤파이터는 부분 유료화 게임 부문에서 지난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15억달러(약 1조696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던전앤파이터가 지난해 한국 게임 수출에서 차지한 비중은 25%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 던전앤파이터마저 흔들리고 있다. 우에무라 시로 넥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6월과 7월 두 차례 중국에서 던전앤파이터 업데이트를 했지만 사용자 트래픽을 활성화하지 못했다”며 “올 3분기 결제 사용자 및 평균 결제액 감소로 매출도 줄어들 전망”이라고 말했다.

히트작 '던파' '배그'도 흔들…K게임 수출, 작년 하반기부터 감소세

넷마블은 첫 수출 감소

2위와 3위 업체인 넷마블과 엔씨소프트도 수출이 부진하다. 넷마블은 올 2분기 기준으로 수출액이 처음으로 감소해 3390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2분기(3533억원)에 비해 4.0% 줄었다. 같은 기간 엔씨소프트의 수출액은 481억원에서 486억원으로 소폭 늘었지만 2016년 2분기(652억원)보다 크게 감소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넷마블과 엔씨소프트 모두 중국 시장에 게임 수출을 기대했지만 중국 정부에서 유통 허가를 내주지 않아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한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등을 이유로 2017년 3월부터 2년8개월 동안 중국 내 한국 신규 게임 유통을 허가하지 않고 있다. 한국 게임 수출에서 중국 등 중화권 비중은 2016년 37.6%에서 2017년 60.5%로 확대돼 그만큼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조경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업계에서는 중국 정부가 유통 허가를 내주지 않아 국내 게임사가 입은 수출 피해를 2조원에서 4조원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게임산업의 수출이 처음으로 줄기 시작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게임 수출은 31억4156만달러(약 3조6856억원)로 전년 동기(37억4352만달러·약 4조3874억원)보다 16.1% 줄었다. 반기 기준으로는 처음 감소했다. 하반기 수출이 줄면서 지난해 연간 수출 증가율도 7.9%에 그쳤다. 2017년 연간 수출 증가율(80.7%)에 한참 못 미쳤다.

‘대한민국 게임백서’를 발간하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송요셉 연구원은 “세계 1위 게임시장인 중국이 막혀 있는 데다 인기 게임은 이전만큼 나오지 않아 게임산업 수출 전망이 밝지 않다”고 우려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신규 게임 유통을 허용한다고 해도 대기 중인 한국 게임 대부분은 만든 지 1년 넘은 ‘올드 게임’이라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세계 게임시장서 비중 낮아져

세계 2, 3위 게임시장인 미국과 일본에서는 한국 게임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두 시장의 주력 게임 플랫폼인 콘솔과 PC 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 2017년 출시된 펍지의 ‘배틀그라운드’ 정도만 통했다. 그나마 미국과 유럽시장에서 고군분투하던 배틀그라운드는 올 8월부터 슈퍼데이터의 매출 10위권 밖으로 밀려나 있다.

한국은 해외 경쟁력 저하와 함께 글로벌 게임시장 비중까지 낮아졌다. 2017년 기준 글로벌 PC 게임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2.1%로 3위를 기록했다. 미국에 2위 자리를 내줬다. 글로벌 모바일 게임시장에서는 9.5%로 4위를 차지했지만 2015년(2위)보다 낮다. 세계 게임시장이 급격히 커지고 있는데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의 장병규 위원장은 지난 25일 정부에 주 52시간 근로제 재설계를 권고하면서 “게임산업도 중국에 밀리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있다”며 “여기서 밀리면 엄청난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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