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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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이 없다"며 혹평 받았던 아이폰11 시리즈가 예상 밖 흥행을 예고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25일 국내 출시 예정인 아이폰11 시리즈의 사전예약 판매량은 전작 아이폰XR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SK텔레콤 온라인몰 'T월드다이렉트'에서는 사전예약 판매 3차에서 일부 모델과 색상에서 일시적 품절 현상을 빚기도 했다.

아이폰11 시리즈는 신제품 공개 당시 별다른 혁신 기능이 보이지 않는 데다 디자인도 만족스럽지 않다는 평가가 나왔다. 라이벌 회사들이 앞다퉈 5G(5세대 이동통신) 탑재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내놓는 데 비해 아이폰11은 5G 채택 없이 LTE(롱텀에볼루션) 버전으로만 출시한 것도 마이너스 요소로 꼽혔다.

하지만 국내 출시를 앞둔 아이폰11 시리즈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혹평을 내놓은 업계 예상과는 상당히 다르다.

반전 요소는 아이폰11이 'LTE 모델'이란 점. 전문가들은 5G 채택이 없는 점을 새 아이폰의 단점으로 봤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LTE 신형 모델이란 점을 반기는 분위기마저 감지된다.

한 누리꾼은 아이폰 이용자 온라인 커뮤니티에 "아이폰 11이 LTE라 판매량이 높은 것 같다. 5G 스마트폰은 5G가 너무 끊긴다. 일부러 LTE 모드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라고 지적했다.

5G 품질이 아직 만족스럽지 않은 탓에 인프라가 이미 잘 구축된 LTE가 차라리 낫다는 반응이다. 최근 국내에 출시된 삼성 갤럭시노트10과 갤럭시폴드, LG V50S 씽큐 등 국내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은 모두 5G 버전으로만 나왔다.

5G 인프라·품질 부족과 함께 비싼 5G 요금제에 대한 소비자 불만도 아이폰 11시리즈의 반사이익을 도왔다. 이동통신3사의 5G와 LTE 요금제를 최고가 기준으로 비교하면 5G 요금제가 LTE 요금제가 월 1만~2만원가량 비싸다.

아이폰11을 사전예약 했다는 소비자는 "5G 요금제가 너무 비싸다. 아이폰11은 LTE 요금제를 써도 되니 더 낫다"고 털어놓았다. 비싼 요금제를 사용하면서 품질도 불만족스러운 5G 폰보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은 LTE 신형 폰을 쓰려는 수요가 아이폰11로 흡수된다는 얘기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용자들이 스마트폰을 고르는 이유는 다양하다. 3G에서 LTE로 넘어올 당시에도 3G 폰에 대한 수요가 있었듯, LTE에서 5G로 넘어오는 시기도 마찬가지로 LTE에 대한 소비자들의 니즈가 반영됐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일각에선 상대적으로 고가인 아이폰11 시리즈가 인기를 얻는 것은 기본적으로 애플에 대한 소비자들의 충성도가 반영됐기 때문이란 해석도 내놓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5G 폰 불법 보조금으로 갤럭시노트10이나 V50S씽큐 실제 구매가격이 상당히 떨어졌던 데 비해 아이폰11 시리즈는 여전히 200만원선을 유지하는 고가 폰"이라며 "비싼데도 잘 나가는 건 애플 충성 유저들의 수요가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