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美 이어 유럽
양자암호통신망 구축한다

작년 인수 IDQ 통해
차세대 보안기술 수출
그레고아 리보디 IDQ 최고경영자(CEO·오른쪽)와 곽승환 IDQ 부사장이 지난 17일 핀란드 헬싱키에 있는 파시토르니 콘퍼런스센터에서 양자암호통신망 구축 사업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그레고아 리보디 IDQ 최고경영자(CEO·오른쪽)와 곽승환 IDQ 부사장이 지난 17일 핀란드 헬싱키에 있는 파시토르니 콘퍼런스센터에서 양자암호통신망 구축 사업성과를 설명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이 유럽과 미국에 차세대 보안기술인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수출했다. 미국 중국 유럽 등 세계 주요국이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는 양자정보통신 시장에 선제 투자해 최고 기술력을 확보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SK텔레콤은 지난 17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자회사 IDQ가 유럽연합(EU)이 추진하는 양자암호통신망 구축 사업의 1위 공급사로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IDQ는 최근 미국 뉴욕과 뉴저지를 잇는 미 최초의 양자암호통신망도 구축했다.

양자암호통신은 차세대 보안기술로 꼽힌다. 슈퍼컴퓨터를 능가하는 양자컴퓨터가 상용화하면 기존 암호체계는 모두 뚫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한다. 양자컴퓨터가 창이라면 양자암호통신은 방패인 셈이다.

최근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은 구글이 최고 슈퍼컴퓨터로 1만 년 계산해야 풀 수 있는 수학문제를 3분20초 만에 푸는 양자컴퓨터를 개발했다고 보도했다. 양자컴퓨터 개발을 끝낸 IBM은 상용화를 앞둔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스위스 IDQ에 약 700억원을 투자해 1대 주주가 됐다. IDQ는 양자정보통신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술력을 갖춘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박진효 SK텔레콤 ICT기술센터장은 “SK텔레콤의 통신사업 역량과 IDQ의 원천기술이 시너지를 내 1년여 만에 성과를 거두는 등 사업이 빠른 속도로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자컴퓨터가 '창'이면
양자암호통신은 '방패'


“양자컴퓨터는 초고속 연산능력으로 사이버 암호체계를 파괴할 수 있는 미래의 핵무기다.”

지난 6월 국회에서 열린 양자정보통신 포럼에서 아서 허먼 미국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같이 말했다. 그는 “양자기술을 선점하면 미래 산업의 패권을 거머쥘 것”이라고 했다.

SK텔레콤은 2011년 양자기술연구소를 설립해 양자암호통신 기술을 개발해왔다. 최근 유럽과 미국에서 잇따라 양자암호통신망 구축 사업을 수주하면서 연구개발에 따른 성과를 거두기 시작했다.
최강 보안기술 인정받은 SKT, 유럽 1400㎞에 양자암호통신망 깐다

유럽 주요 도시에 양자암호통신망 구축

기존 컴퓨터는 0 또는 1 중 하나의 정보만 갖는 비트(bit)로 연산한다. 양자컴퓨터는 0과 1의 정보를 동시에 갖는 양자 비트(quantum bit)를 활용해 초고속으로 병렬 연산한다. 129자리 자연수를 소인수분해하는 데 일반 고성능 컴퓨터는 1600대로 8개월 걸린다. 양자컴퓨터는 한 대로 수시간 내 연산이 가능하다. 양자컴퓨터를 ‘핵무기’라고 부르는 이유다.

양자는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물리량의 최소 단위다. 비눗방울처럼 미세한 자극에도 상태가 변하는 특성이 있다. 이런 특성을 활용해 제3자의 정보 탈취 시도를 재빨리 파악해 무력화하는 것이 양자암호통신의 핵심 기술이다.

SK텔레콤과 SK텔레콤의 스위스 자회사인 IDQ는 양자암호통신의 독보적 핵심 기술인 양자키 분배기, 양자난수 생성기 등을 보유하고 있다. 양자키 분배기는 통신망의 데이터 송신부와 수신부에서 양자 암호키를 동시에 생성·분배한다. 양자난수 생성기는 양자의 특성을 활용해 패턴이 없는 ‘순수 난수’를 만든다. 해킹으로 정보를 탈취해도 패턴이 없기 때문에 해석이 불가능하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세계 양자혁명을 선도하겠다”고 선언하고 ‘퀀텀(양자) 플래그십’ 조직을 신설했다. 퀀텀 플래그십은 지난 17~18일 이틀간 핀란드 헬싱키에 있는 파시토르니 콘퍼런스센터에서 이 프로젝트를 논의하는 콘퍼런스를 열었다. SK텔레콤과 IDQ는 이 자리에서 퀀텀 플래그십이 구축하는 유럽 양자암호통신망 사업의 1위 공급사로 참여한다고 발표했다.

EU는 1500만유로(약 200억원) 예산을 투입해 제네바, 베를린, 마드리드 등 유럽 주요 도시에 총 1400㎞의 양자암호통신 시험망을 구축한다. 도이치텔레콤, 노키아 등 통신사와 통신장비 업체는 물론 정부, 대학 등 총 38개 파트너가 참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IDQ는 시험망의 약 60%에 해당하는 구간에 양자키 분배기를 공급한다.

세계 최고 기술력 확보한 SK텔레콤

IDQ는 최근 미국 양자통신 전문기업 퀀텀익스체인지와 함께 뉴욕과 뉴저지를 잇는 미 최초의 양자암호통신망도 구축했다. 뉴욕 월스트리트와 뉴저지 데이터센터를 연결해 월스트리트 금융정보를 지키는 데 양자암호기술을 적용했다. 이 통신망을 내년까지 워싱턴DC에서 보스턴에 이르는 800㎞ 구간으로 확장하기로 했다.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등장해 꿈의 기술로 불렸던 양자컴퓨팅 개발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구글은 최고 연산능력의 슈퍼컴퓨터로 1만 년 계산해야 풀 수 있는 수학문제를 단 3분20초 만에 푸는 양자컴퓨터를 개발했다.

그러나 양자컴퓨터 기술을 악용하면 세계 사이버보안 체계에 큰 위협이 될 것이란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박진효 SK텔레콤 ICT기술센터장은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에 모든 정보가 디지털화하고 모든 사물이 통신망에 연결되면 해킹의 위험과 그에 따른 피해가 훨씬 커질 전망”이라며 “양자암호통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양자컴퓨터

연산능력이 슈퍼컴퓨터보다 월등히 빠른 차세대 컴퓨터다. 구글은 최고 슈퍼컴퓨터로 1만 년 계산해야 풀 수 있는 수학문제를 3분20초 만에 푸는 양자컴퓨터를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자컴퓨터 개발을 끝낸 IBM은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 양자암호통신

양자컴퓨터 상용화로 기존의 모든 사이버 암호체계는 뚫릴 가능성이 높다. 양자컴퓨터가 창이라면 양자암호통신은 방패다. 5세대(5G) 통신 도입으로 각종 데이터 전송량이 폭증할 전망이어서 각국 정부와 통신사 등은 양자암호통신 기술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헬싱키=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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