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고객혜택 '음성통화·데이터 쿠폰'에 그쳐
음성통화 무료,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보편화
"알맹이 없는 혜택…신규고객 잡기에 치중해"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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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대 직장인 김준수씨(가명)는 3년 넘게 이용하던 이동통신사를 최근 바꿨다. 고가 요금제 유지 조건에 번호이동 지원금을 받아 130만원대 최신 스마트폰을 공짜나 다름 없는 가격에 샀다.

통신사를 유지하는 기기변경도 고민했지만 보조금도 적은 데다 김씨에겐 이통사가 제공하는 장기고객 혜택도 전혀 구미가 당기지 않았다.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쓰는 김씨로선 장기고객 혜택인 '데이터 2기가바이트(GB) 쿠폰'이나 '무료 음성통화 쿠폰'은 필요 없었다.

가입자 유치에 곳간을 열어젖힌 이통3사가 장기고객에는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통사를 오래 유지하는 것보다 신규고객이 누리는 혜택이 커 번호이동 수요만 급증하고 있다. 이처럼 신규고객 잡기에 혈안이 된 이통사의 막대한 마케팅 비용이 결과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이통3사는 약정기간 2년이 지난 고객을 장기고객으로 분류한다. 통신사들이 제공하는 장기고객 혜택은 주로 음성통화나 데이터 제공 쿠폰에 치중돼 있다.

SK텔레콤(243,500 +0.83%)은 장기고객에 기본제공 데이터를 2배로 주는 무료쿠폰을 제공한다. 2년 이상 고객에게는 4장, 3년 이상은 5장, 4년 이상은 6장이다. 이외에는 연간 요금 납부금액에 따라 멤버십 등급을 상향 조정하는 정도다.
KT 장기고객 혜택 관련 홈페이지 갈무리

KT 장기고객 혜택 관련 홈페이지 갈무리

KT(27,350 +0.18%)는 1년에 쿠폰 4개를 제공한다. △데이터 2GB △통화 100분 △올레tv 모바일팩 △기본알 1만알(청소년 해당) 중 4개를 선택할 수 있다. LG유플러스(14,000 +0.36%)도 2년 이상 고객에 데이터 2배 쿠폰을 5장 발급한다. 3년 이상 고객은 6장, 4년 이상 고객부터는 7장을 받는다.

이통3사 무료 쿠폰은 1개월간 사용 가능하며 발급 1년이 지나면 자동 소멸된다. 타인에게 양도는 불가능하다.

뜯어보면 알맹이가 없다. 스마트폰 요금제가 데이터 위주로 개편돼 음성통화는 무료,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가 이미 보편화됐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무선 통신서비스 통계 현황을 보면 지난 8월 기준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의 81%가 LTE(롱텀에볼루션), 4%가 5G(5세대 이동통신) 고객이다. 이통사는 2015년 순액요금제 도입 후 대부분 LTE 요금제와 5G 요금제에 음성통화를 무료 제공하고 있다.

데이터 무제한 위주의 고가 요금제 확산도 '데이터 쿠폰'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8월 무선데이터 트래픽 통계를 보면 LTE 데이터는 46만8436테라바이트(TB), 5G는 6만7238TB를 기록했다.

특히 5G 트래픽은 지난 4월 상용화 이후 매달 평균 약 1만4000TB 트래픽이 증가하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LTE와 5G 모두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이용자들이 늘면서 사용 데이터가 폭증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SK텔레콤 대리점(사진=연합뉴스)

SK텔레콤 대리점(사진=연합뉴스)

이통사들이 장기고객 혜택은 뒷전으로 하고 신규고객 유치에 골몰하면서 번호이동 수요는 크게 늘었다. 5G 데이터 무제한 고가 요금제 가입자가 늘어난 것도 번호이동에 따른 신규 가입자 증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8월 번호이동자 수는 전월 대비 6.7% 늘어난 52만3866명으로 집계됐다. 올 들어 최고 기록이다. 삼성전자 '갤럭시노트10 5G' 출시 후 이통3사의 '고객 뺏기' 경쟁이 치열해진 영향을 받았다.

이통사들은 신규고객 유치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올 상반기 이통3사의 지급·판매수수료는 4조53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8.5% 증가했다. 초기 5G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대리점, 판매점 등에 보조금을 쏟아부은 탓이다.

집토끼(기존고객)보다 산토끼(신규고객)를 위한 혜택이 워낙 커 "집토끼를 내쫓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온다.

통신사 변경 없이 오래 쓸수록 도리어 '호갱(호구+고객)'이 되는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통사들이 신규고객 유치에 보조금을 푸는 건 아까워하지 않는데 기존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데는 인색하단 인식이 높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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