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싸이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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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월드가 도메인 만료를 불과 1달 앞두고 접속 불능 상태로 전락했다.

11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현재 싸이월드는 접속이 불가능한 상태다. 웹페이지와 모바일 앱(애플리케이션)도 접속 불가다.

싸이월드의 도메인은 오는 11월12일 만료된다. 싸이월드 측이 도메인을 연장하거나 서비스 백업, 이관 작업 등을 진행하지 않을 경우 1999년 서비스 이후 축적된 사용자들의 데이터는 회생이 불가능하다.

2000년대 초반, 1천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할 만큼 국민 SNS로 칭송받던 싸이월드가 어쩌다 이렇게 예기치 못한 이별을 연출하게 된 걸까.

싸이월드의 위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다. 이미 수개월 전부터 직원들의 임금체납으로 전제완 대표가 검찰 고발까지 당한 상태였고, 아직 도메인이 만료되지 않았음에도 접속이 원활하지 않은 건 서버 용량이 초과됐음에도 이를 확충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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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월드는 1999년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2000년대 초반 '미니홈피'라는 개념을 새롭게 만들어 내며 인기를 모았다. 일촌맺기, 방명록 등의 기능으로 온라인으로 관계를 맺고, 사진첩과 다이어리 기능을 통해 이미지와 텍스트 저장이 가능했다. 또한 배경음악 등 미니홈피를 꾸미기 위해 도토리를 구매하는 방식은 지금의 가상화폐 원조격이라 불리고 있다.

하지만 트위터, 페이스북 등 글로벌 SNS 플랫폼들이 발빠르게 모바일 환경 변화에 맞춰가는 상황에서 싸이월드는 SK커뮤니케이션즈의 네이트 확대에만 이용됐다. 결국 서비스에 어려움을 느낀 이용자들은 빠르게 다른 SNS 플랫폼으로 이동했고, 2014년엔 SK커뮤니케이션즈도 싸이월드를 떠났다.

이후 대대적인 리뉴얼을 통해 재기에 도전했고, 2016년 7월 프리챌 창업주였던 전제완 대표가 싸이월드를 인수했다.
/사진=싸이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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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제완 대표는 이듬해 삼성벤처투자로부터 50억 원의 투자금을 유치하고 새로운 서비스 '뉴스큐'를 론칭했다. 싸이월드 가입자들의 사용 패턴과 뉴스를 접목해 더욱 정교화된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를 선보이고, 갤럭시의 인공지능 빅스비와 연동토록 하겠다는 것이 최종 목표였다.

언론인과 전문가로 꾸려진 뉴스큐 전문 본부가 만들어졌고, 출시 3주 만에 50만 다운로드를 돌파하고 3개월 만에 110만회 다운로드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뉴스큐의 수익 모델을 구축하기도 전 문어발 사업 확장이 싸이월드의 발목을 잡았다.

싸이월드는 2018년 3월 의류업체 데코앤이를 인수했다. 당시 전제완 대표는 싸이월드의 인터넷 사업을 상장사와 연계해 수익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싸이월드가 플랫폼을 구축하고, 데코앤이가 광고 및 전자상거래 등 다양한 수익사업을 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는 뜻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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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싸이월드는 코인사업으로까지 확장을 감행했다. 지난해 8월 싸이월드는 자체 암호화폐 'CLINK'를 공개했다. 싸이월드 3.0에서 이용자들의 활동에 대한 보상 및 자체 콘텐츠 마켓 플레이스(선물가게)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상화폐 '포도알(구 '도토리')'과, 거래소에서 포도알을 현금화할 수 있는 암호화폐 CLINK 을 통해 새로운 콘텐츠 유통 생태계를 만들어 가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하지만 싸이월드는 목표했던 금액의 절반도 CLINK를 판매하지 못했다. 이미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직원들의 임금 체납이 시작된 상태에서 코인 판매까지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경영난은 더욱 심각해졌다는 후문이다.

급기야 뉴스큐를 위해 제휴를 맺었던 언론사들에게 콘텐츠 사용료를 지급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됐다. 하나둘씩 매체들이 콘텐츠 제휴를 끊었고, 그나마 성과를 냈던 뉴스큐마저 서비스를 이어가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결국 싸이월드는 지난 1월 25일 뉴스큐 서비스를 중단했다.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사람들은 해고 통보를 받았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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