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0만 유튜브 구독자 보유한 제이플라

글로벌 시청자 공략
팬 참여 통한 바이럴 마케팅
신비주의 전략도 한몫
年 수익 20억원 '훌쩍'…'커버곡 여신'의 성공 방정식

음악의 소비 행태가 음반에서 음원, 다시 스트리밍(실시간 재생) 중심으로 바뀌면서 음악 유튜브 채널이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방탄소년단, 트와이스 등 유명 아이돌 그룹을 거느린 K팝 기획사뿐 아니라 인기곡을 자신만의 색깔로 소화하는 ‘커버 유튜버’도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커버는 다른 사람의 노래를 재해석해 다시 부르는 작업이다. ‘제이플라뮤직’ 채널의 제이플라(본명 김정화·32)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10일 기준 136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에서 개설된 유튜브 채널 중 9위, 1인 유튜버로는 ‘보람튜브 토이리뷰’에 이어 2위다. 작년 11월엔 한국인 1인 유튜버 가운데 최초로 1000만 구독자를 돌파해 유튜브 본사로부터 ‘다이아몬드 버튼’을 받았다. 미국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분석업체인 소셜블레이드는 제이플라의 올해 유튜브 수익이 최대 190만달러(약 23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대중가요 관계자는 “제이플라는 영상에 나오는 녹음반주(MR)를 자체적으로 편곡해 영상에서 발생하는 광고수익 일부를 받는다”며 “통상적으로 커버 영상은 수익 대부분이 원저작권자에게 돌아간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이플라 채널의 수익성은 상당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年 수익 20억원 '훌쩍'…'커버곡 여신'의 성공 방정식

입소문 앞세워 해외 공략 적중

전문가들은 제이플라 채널의 성공은 철저한 계획과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평가했다. 선곡이 대부분 해외 팝송인 것도 글로벌 시청자를 공략하겠다는 전략에 따른 것이다. 최근 4년 새 국내 가요 커버는 빅뱅의 ‘If You’와 코리아나의 ‘손에 손잡고’뿐일 정도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제이플라는 음색 자체가 해외 팝에 특화됐다”고 분석했다.

팬 참여를 통한 바이럴(구전) 마케팅도 유튜브 세계에서 제이플라의 이름을 알리는 데 기여했다. 제이플라 영상 가운데 가장 많은 조회수(2억4363만 회)를 자랑하는 에드 시런의 ‘셰이프 오브 유(Shape of You)’ 영상에는 프랑스어 스페인어 등 주요 언어는 물론 아제르바이잔어, 키르기스어 등 49개 언어로 자막이 달렸다. 유튜브의 자막 달기 기능은 자막 제작자에게 이익이 돌아가지 않는 순수한 재능기부 방식으로, 팬들이 자발적으로 자국 시청자들에게 제이플라를 알리기 위해 제작한 것이다.

선곡 역시 팬카페와 영상 댓글을 통해 팬들에게 받은 추천을 바탕으로 이뤄진다. 라틴팝 등 해외 팬들이 원하는 음악도 주기적으로 다뤄 충성 고객층을 공략했다. 이대화 대중음악평론가는 “내가 좋아하는 곡이, 내가 좋아하는 가수의 손에서 새로운 음악으로 탄생하는 모습이 팬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제이플라는 2011년 유튜브에 입문해 3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성장했다. 2016년 체인스모커스의 ‘돈트 렛 미 다운(Don’t Let Me Down)’ 커버 이후 대부분의 영상에서 제이플라는 화면에 옆모습만 등장한다. 이전까지 영상들이 각기 다른 구도와 연출로 구성된 것과 대조된다. 옆모습이 제이플라만의 정체성으로 자리잡자 팬들은 제이플라에게 ‘측면의 지배자’라는 별명도 붙였다. 음악 채널과 무관해 보이는 이 같은 시각적인 ‘신비주의 브랜딩’은 효과를 냈다.

2015년 초 2만 명 수준이던 제이플라의 구독자는 2016년 10만 명을 돌파한 이후 2017년 말에는 500만 명까지 급증했다. 50만 구독자를 보유한 한 인기 유튜버는 “제이플라 채널은 듣는 즐거움과 보는 재미를 동시에 잡은 사례”라고 평가했다.

유튜브가 주류·비주류 구분도 무너뜨려

제이플라와 같은 커버곡 유튜버들의 약진은 기성 가수들과 ‘재야 고수’ 간의 장벽이 무너지는 과정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과거에도 대학가요제나 방송사 오디션 프로그램 등을 통해 일반인이 가수로 데뷔하는 사례가 있긴 했지만 이제는 일반인이나 제이플라처럼 가수 경력을 지녔지만 철저히 유튜브를 바탕으로 이름을 알린 이들도 기성 가수들만큼 인기를 끌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도헌 평론가는 “과거에는 음악인의 무대가 TV나 라디오로 제한돼 있었다면 유튜브 시대에는 세계 모든 음악인이 무한 경쟁하는 형국”이라며 “외국에선 이미 트로이 시반이나 찰리 푸스처럼 유튜버 활동을 통해 세계적인 뮤지션으로 자리잡은 사례를 쉽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전범진 기자 forwar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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