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엣지 "에지컴퓨팅 시장의 ARM 되겠다"
창업 2년 만에 영업이익을 내고, 수출까지 하고 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회사인 영국의 ARM과 같은 기업이 되는 게 목표다. 삼성전자 출신이 국내 비메모리 반도체 전문가들과 의기투합해 창업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오픈엣지테크놀로지스의 얘기다.

오픈엣지 "에지컴퓨팅 시장의 ARM 되겠다"
이성현 오픈엣지 대표(사진)는 지난 8일 “한국의 비메모리 반도체 기술은 인적 인프라에 비해 저평가된 측면이 많았다”며 “에지컴퓨팅 시장에서 신경망처리장치(NPU)와 메모리 서브시스템 설계 기술력으로 승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출신이 의기투합

오픈엣지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인공지능(AI) 반도체 설계회사다. 삼성전자 출신인 이 대표가 SK하이닉스, 칩스앤미디어의 비메모리 반도체 전문가들과 함께 2017년 창업했다.

이 대표는 2015년까지 약 8년간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 시리즈’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엑시노스를 개발했다. 그가 삼성전자에서 개발한 D램 구동 서브시스템용 설계 지식재산권(IP)은 지금도 갤럭시 시리즈에 적용되고 있다.

오픈엣지의 사업모델은 ARM처럼 반도체 설계도를 만들어 반도체 제조업체 등에 팔아 수익을 내는 것이다. ARM은 스마트폰의 두뇌인 AP 설계의 세계 최강자다. 2016년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320억달러(약 38조원)에 인수해 주목받기도 했다.

오픈엣지가 승부를 건 설계 분야는 비메모리인 NPU와 메모리 서브시스템 분야다. NPU는 ‘인간의 뇌를 닮은 차세대 반도체’로 불린다. 사람의 뇌처럼 정보를 학습하고 처리하는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오픈엣지는 특히 에지컴퓨팅용 NPU의 설계 강자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에지컴퓨팅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가장 경쟁이 뜨거운 기술 분야로 꼽힌다. 중앙서버가 있는 클라우드 또는 데이터센터를 거치는 기존 방식으로는 폭증하는 데이터를 감당하기에 벅차다. 데이터 처리 과정에 시간도 걸린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율주행 차량, 사물인터넷(IoT) 등 현장의 기기에서 바로 데이터를 처리하는 에지컴퓨팅이 떠오르고 있다.

비메모리와 메모리를 동시 개발

오픈엣지의 설계 IP는 스마트 기기의 인공지능 연산을 돕는 ‘NPU 인라이트(ENLIGHT)’와 데이터가 이동하는 파이프라인 역할을 하며 NPU의 구동을 지원하는 메모리 서브시스템 ‘오르빗(ORBIT)’이다.

창업 첫해 내놓은 오르빗은 자율주행 차량용 반도체 업체인 국내 텔레칩스에 채택됐다. 텔레칩스는 오르빗을 기반으로 한 자율주행 칩을 양산하고 있다. 오픈엣지는 텔레칩스에서 오르빗 라이선스 수익, 칩 양산에 따른 로열티 수익을 얻고 있다. 이 대표는 “첫 IP가 바로 양산으로 연결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고 설명했다.

오픈엣지는 한화테크윈, 삼성파운드리, SK텔레콤 등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지난해 매출 17억원, 영업이익 5억원을 기록했다. 올 들어서는 중국 수출로 해외 매출도 올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오픈엣지가 세계에서 유일하게 비메모리인 NPU와 메모리를 한꺼번에 다룬다는 점에서 글로벌 경쟁력이 탄탄하다고 평가한다. 에지컴퓨팅용 글로벌 비메모리 반도체 IP시장은 2020년대 중반께 1조5000억원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업계는 전망한다. NPU 시장은 이제 막 열리는 단계여서 아직까지 뚜렷한 강자가 없다.

이 대표는 “기존 비메모리 시장에서는 한국이 소외됐었지만 AI, 5세대(5G) 이동통신, IoT 등 새로운 기술적 흐름이 등장하면서 다시 한번 도전할 수 있는 장이 열리고 있다”고 했다. 이어 “시장이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이 성장하기 더 없이 좋은 조건”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메모리 서브시스템 시장에서도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후발주자지만 연산 성능과 에너지 효율성에서 외국의 경쟁 업체에 밀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 에지컴퓨팅

edge computing. 중앙 클라우드 서버가 아니라 이용자의 단말기 주변(edge) 및 단말기 자체에서 데이터를 처리하는 기술. 기존 클라우드 컴퓨팅에 비해 데이터 처리 시간이 짧고, 보안성이 뛰어나다. 데이터 양이 많고 실시간 처리가 필요한 자율주행자동차, 스마트공장, 사물인터넷(IoT) 등에서 대거 활용될 전망이다.

조수영/김채연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