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물리·화학상 수상자들의 충언
“만약 대학에 학과 하나만을 남겨야 한다면, 단연 수학과여야 한다. 수학과에서 모든 걸 새로 만들면 된다.”

1989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노먼 램지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로버트 조겐 미국 로체스터대 이사장에게 1995년 12월 보낸 편지의 내용이다. 로체스터대가 1995년 말 재정난을 이유로 수학과 학부 정원을 절반으로 줄이고 대학원을 없애려 할 때 세계 수학계가 발칵 뒤집혔다. 각국의 노벨과학상 수상자들은 앞다퉈 램지 교수와 함께 조겐 이사장에게 만류 편지를 보냈다. 편지 분량만 130쪽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하르트 에른스트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 교수(1991년 노벨화학상)는 “수학에 대한 총체적 훈련이 없었다면 나는 노벨상 수상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복잡한 수학적 도구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물리, 화학의 발전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수학이 약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대학은 미래에 존재할 수 없다”며 “로체스터대가 소멸하거나 그저 그런 3류 대학이 되지 않길 바란다”고 적었다.

현존하는 최고 물리학자로 꼽히는 스티븐 와인버그 미 텍사스대 교수(1979년 노벨물리학상) 역시 펄쩍 뛰었다. 그는 “로체스터대의 명성을 더 이상 이어나가기 어려울 것 같다”며 “수학 교육이 부실해지면 이론 물리학은 물론 실험 물리학도 연쇄적으로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와인버그와 함께 노벨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한 셸던 글래쇼 하버드대 교수는 “적어도 대학이란 간판을 걸었다면, 수학은 여태껏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언제나 핵심적 위치에 있어야 한다”고 거들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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