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기업 성장하며 동반 확산
배달대행 기사 등 54만명 달해
오토바이 배달대행 기사들이 음식을 배달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오토바이 배달대행 기사들이 음식을 배달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egkang@hankyung.com

‘전동킥보드를 충전하면 돈을 줍니다.’지난 1일부터 서울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미국 최대 전동킥보드 공유기업 라임에는 ‘쥬서(juicer)’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직원이 아니라 일반인이 밤에 라임의 전동킥보드를 회수·충전·재배치하면 건당 4000원 이상의 보상을 받을 수 있다. 1시간 이내의 교육만 받으면 바로 일할 수 있어 18세 이상이면 누구나 가능하다. 라임 관계자는 “대학생, 은퇴자 등 별도 수입이 필요한 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온디맨드(수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기업의 성장과 함께 플랫폼 일자리도 늘어나고 있다. 플랫폼 기업이란 인터넷을 기반으로 서비스의 수요와 공급을 중개하는 사업을 하는 곳을 말한다. 플랫폼 노동자는 기업에 고용되지 않고 일이 필요할 때 PC,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 등 디지털 플랫폼의 중개로 노동을 제공해 보수를 받는다.

100명 중 2명은 ‘앱’ 통해 일해

공유 킥보드 충전도…다양해진 플랫폼 일자리

한국에서는 근로자 100명 중 2명이 플랫폼 노동자다. 배달 대행, 가사 대행과 같은 단순 업무부터 컨설턴트, 정보기술(IT) 개발자 등 고숙련을 요하는 전문직군까지 플랫폼 노동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고용정보원의 ‘플랫폼 경제 종사자 규모 추정과 특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플랫폼 경제 종사자 규모는 46만9000~53만8000명으로 추산된다. 이는 전체 취업자 2709만 명(작년 10월 기준)의 1.7~2.0%에 이른다. 성별 분포는 남성이 3분의 2, 여성이 3분의 1이다.

활동 분야만큼이나 수입도 다양하다. 용돈벌이 정도로 벌 수도, 웬만한 직장인만큼 벌 수도 있다. 대학생 최정우 씨는 프리랜서 중개 플랫폼 ‘크몽’을 활용해 일한다. 온라인 쇼핑몰을 대학 입학 때부터 운영해온 노하우를 기반으로 쇼핑몰 경영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는 “플랫폼 수수료를 제하고도 연 3000만원 이상 번다”며 “학업에 쓰는 시간 외에 하루 1~2시간 일하고 주말에는 쉰다”고 설명했다.

플랫폼 일자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영역은 배달대행이다. 음식 배달시장 규모가 급격히 성장하면서다. 국내 배달음식 시장 규모는 2017년 약 15조원에서 2018년에는 20조원 이상으로 성장한 것으로 추정됐다. 우아한형제들의 ‘배민커넥트’, 메쉬코리아의 ‘부릉프렌즈’, 쿠팡의 ‘쿠팡이츠’ 등은 일반인을 배달 라이더(기사)로 활용하고 있다.

법제도 공백 속 모두가 ‘불만’

플랫폼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사업자나 근로자 둘 중 하나로 명확히 정의하기 어려운 특성 때문에 이들을 보호할 사회안전망이 부재하다는 게 가장 큰 문제로 떠올랐다. 배달기사 박수찬 씨는 플랫폼 근로자가 고용보험과 산업재해 등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문제를 지적했다.

그는 “배달기사는 하루평균 12시간 일하면서 위험을 몇 번이고 감수하는데 사고가 나면 온전히 본인이 책임져야 한다”며 “플랫폼 기업은 중개만 한다고 하지만 사실상 업무 지시를 하는 사업자 역할을 해 책임을 져야 한다”고 토로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플랫폼 기업에 책임을 물으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회색지대’”라며 “플랫폼 기업이 무엇이고,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지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장병규 4차 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은 “플랫폼 일자리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라며 “옳다, 그르다를 떠나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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