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 스타글리아노 F1ZZ(피즈) CEO(사진=최혁 기자)
마르코 스타글리아노 F1ZZ(피즈) CEO(사진=최혁 기자)
"피즈(F1ZZ)는 인위적으로 숫자를 제한한 상품(SVC)을 거래하는 플랫폼입니다. 한정판 신발이나 명품 같이 공급이 제한되는 모든 상품들이 대상이죠. 저희는 사람들이 더욱 다양한 곳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습니다."

지난달 26일 서울의 한 카페에서 한경닷컴과 인터뷰한 마르코 스타글리아노 피즈 최고경영자(CEO·사진)는 이같이 소개했다.

피즈는 한정판 신발이나 명품 등의 소유권을 잘게 쪼개 사고팔 수 있는 가상화폐(암호화폐) 기반 상품 거래 플랫폼. 블록체인을 활용해 투자자가 안심하고 한정판 상품의 일부를 소유하거나 투자할 수 있도록 한 게 핵심 아이디어다. 암호화폐 속성을 활용한 증권형 토큰 공개(STO)와 유사한 모델로 보면 이해하기 쉽다.

"단순히 개인간 중고 거래를 하는 것은 특별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해요. 하지만 피즈를 통해 수많은 수요자와 공급자들이 한정판 상품의 일부 또는 전부를 주고 받으면 더 많은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죠."

기업금융 및 인수·합병(M&A) 업계 출신인 스타글리아노 CEO는 피즈가 '개인간 상품 중고 거래' 형태로 돌아가던 한정판 상품 시장에 제대로 된 거래시스템을 마련, 시장 유동성 공급 및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명품업계 클라이언트들의 영향을 받아 패션업계로 넘어와 피즈를 설립했다.

"예를 들어 피즈를 이용하면 한정판 신발에 투자하기 위해 물리적으로 신발을 소유할 필요가 없습니다. 보관이나 관리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도 없죠. 상품은 물류 보관 창고에 둔 채로 암호화폐 기반 스마트계약을 통해 소유권을 거래하는 형태로 거래가 진행되니까요."

스타글리아노 CEO는 거래가 블록체인에 기록돼 구매 당사자가 특정 상품의 주인임을 위·변조 위험 없이 입증해주는 것도 강점으로 꼽았다.
마르코 스타글리아노 F1ZZ(피즈) CEO(사진=최혁 기자)
마르코 스타글리아노 F1ZZ(피즈) CEO(사진=최혁 기자)
그는 한정판 신발을 구매하기 위해 해외에서까지 고객 수백명이 몰리는 것을 보면서 이들을 연결하는 플랫폼을 구상해왔다. 지난 2017년 블록체인 기술이 이러한 한정판 신발 비즈니스 모델과 부합한다는 점에 착안, 피즈를 설립했다.

"피즈는 소수 VIP 위주였던 한정판 상품 시장을 크게 성장시킬 것입니다. 가령 천만원짜리 한정판 신발이 있다고 치죠. 종전에는 소수의 부자들만 투자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피즈를 이용하면 10만원 정도로도 한정판 신발의 일부에 투자 가능합니다. 여러 한정판 신발에 투자하는 일종의 '슈즈폴리오(신발+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분산 투자하는 것도 가능하죠."

일반 구매자들은 피즈를 통해 나이키·아디다스·슈프림 등 패션 브랜드들의 정식 발매 상품을 구매할 수도 있지만, 역으로 상품 제작사들과 디자이너들이 피즈를 활용해 고객들에게 새로운 형태의 신발을 제안할 수도 있다.

"암호화폐 공개(ICO)로 유저들에게 투자를 유치하듯 상품 제작사들과 디자이너들이 피즈에서 신발을 새롭게 만들고 '최초 신발 공개(Initial Shoe Offering)'를 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어요. 상품 디자인과 생산을 오픈소스화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이죠."

그는 이처럼 디자이너들과 상품 제작사들이 피즈를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효과를 누리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피즈에선 유저들에게 새 상품을 제안하고 생산하는 과정에서 투표 시스템을 통해 유저들이 디자인 등을 결정하도록 하는 것도 가능해서다.

또 한정판 상품 생산 과정에서 인플루언서나 프로듀서도 상품 홍보나 제작에 참여해 부가가치를 끌어올리고, 이에 대한 보상을 받는 형태로 다양한 파생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피즈는 금융시장과 패션시장의 가교가 되고자 합니다. 기존에는 물리적 한계 때문에 한정판 상품 시장 규모가 작았고, 부가가치나 유통 규모도 제한적이었거든요. 피즈는 블록체인 플랫폼으로 이러한 한계를 극복합니다. 투자자들에게 더 많은 접근성을 제공하고, 한정판 상품 시장을 더욱 성장시키겠습니다. 그것이 저희의 비전입니다."

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