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환 씽크포비엘 대표]
베트남 등 해외와 연계한 오프쇼어 개발 나서야
중소 SW기업이 살아남는 법

흔한 말로 국내 소프트웨어(SW) 인력의 남방 한계선은 경기도 성남까지다. 몸담을 기업의 규모도 깐깐하게 따진다. 대기업이나 공기업이 아니면 눈길을 주지 않는다. 지역에 있는 중소기업이 능력 있는 SW 인력을 뽑는 게 하늘의 별따기인 이유다.

중소기업들은 결국 역량이 부족한 신입을 채용한다. 잘 가르쳐서 활용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성공률이 높지 않다. 간간히 쓸만 한 인재들이 나오지만 이들은 곧바로 짐을 싸서 대기업으로 자리를 옮긴다.

인력을 키워 쓰겠다는 결심도 쉬운 게 아니다. 인력 양성은 제품 기획, 관리, 영업, 홍보 등에 비해 우선순위가 떨어진다. 스타트업들은 더하다. 할일이 많은 시기 직원 교육에 자원을 집중하는 것은 본말전도다.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은 뭘까. 오지 않는 인재에 연연하지 않고 새로운 발상과 기획, 시장개척에 집중하는 것이다. 제품이나 서비스 만드는 임무는 회사 밖에 맡겨야 한다. 이른바 '오프 쇼어 개발'이다.

“우리가 맛있는 저녁 식사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빵집, 정육점 주인이 자비로워서가 아니라, 그들의 돈벌이를 위한 이기심 때문이다.” 경제학의 태두 아담 스미스의 말이다. 더 큰 이익을 추구하는 욕심이 더 진보한 제품을 만들게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좋은 소프트웨어에 대한 고민의 해법도 이 말 속에 있다. '좋은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만들까'라는 문제 의식을 '어떻게 소프트웨어로 돈을 벌 수 있을까'로 바꿔야 한다. 개발자 생활을 오래한 엔지니어들이 달고 사는 말 중 하나가 '품질이 이렇게 좋은데'다. 이 말은 의미가 없다. 잘 팔기 위해서 잘 만드는 것이지, 잘 만들기 위해서 잘 만드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좋은 소프트웨어란 다양한 사회적 요구에 선도적으로 부합하는 제품, 쉽게 말해 잘 팔리는 소프트웨어이다. ‘잘 작동하는 프로그램(feasible)’이 아니고, ‘쓰기 편리한 프로그램(Usable)’도 넘어서서, ‘널리 쓰이는 제품(marketable)’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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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은 사람을 탓하지 않고, 선의와 악의를 판단하지 않으며, 악인을 선인으로 계몽 하지도 않는다. 중소기업에 고급인력이 오지 않는 현실을 한탄할 수도 있고, 중소기업을 살리자고 호소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공학적 접근이 아니다. 공학이라면 객관적인 현실을 직시하고 가능한 자원으로 어떻게든 개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필요 인력이 확보되지 않으면 기존 인력을 채근하는 대신, 투입 가능한 비용으로 다른 인력을 찾으면 된다. 일례로 베트남엔 한국의 50% 수준인 인건비로 무난하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SW 인력이 상당하다.

베트남 SW 산업은 지난 15년간 매년 25~30%의 급성장으로, 2017년 58조 5천억동 (한화 약 3조원)의 수출을 달성했다. 베트남의 이 같은 SW 산업 성장은 오프쇼어링의 거대한 글로벌 수요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글로벌 시대에 SW 산업에서 반값으로 열심히 일하는 이들과 경쟁해야 하는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도 글로벌 생산 요소를 가져다 쓸 수 있다. 아니 쓰는 게 현명한 접근이다.

그래도 아웃소싱이 불안하다면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아웃소싱 기업을 믿지 못하거나, 타 업체에게 개발을 의뢰할 만큼 명확한 제품 기획이 안되었거나.

신뢰 문제는 중요하다. 당연히 믿을 만한 곳에 신중히 맡겨야 하며, 의뢰 대상과 개발 방법이 내 제품 특성과 맞아야 한다. 풍부한 국제 협업 경험, 현장 정보를 확보한 대상으로부터, 필요 노하우를 빨리 입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언어와 문화 장벽 문제는 브릿지 엔지니어가 해결해 줄 것이다. 사실 해외 전문 인력과의 소통 보다 국내 초보 개발자와의 소통이 더 막막할 때가 많다. 적어도 해외 인력들은 제휴 업체에 의해 관리되고, 국제 기준에 준거하여 합의된 계약에 따라 움직인다.

개발 의뢰를 위해서는 당연히 제품 기획이 명확해야 한다. 스타트업의 기획은 개발 주체와 무관하게 사업 성패 요소이다. 어중간한 개발자와 암중모색하며 추상적으로 머리를 쥐어짜는 것보다, 전문 브릿지 엔지니어의 체계적 프로세스와 기법을 적용하는 편이 더 나을 수 있다.

나는 올 10월 호치민에서 개최하는 VNITO 2019 (Vietnam ITO) 컨퍼런스에서 이 주제로 강연을 할 예정이다. 강연 준비를 위해 지난 10여년 간 300여 중소 SW 기업 대상 컨설팅 결과들을 확인했다. 실패 케이스가 비슷비슷하다는 게 마음이 아팠다. 실패 사례들이 그만큼 공유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현장에서 여러 해 동안 수없이 마주했으면서도, 여전히 반복해 만나게 되는 안타까운 점들은 대략 다음과 같다. ‘무한 품질 투자’가 첫 손에 꼽힌다. 불필요한 투자를 하다가 여력이 떨어져 좌초한 사례가 부지기수다. 정부의 SW 인력 정책이 ‘구현’ 중심인 것도 문제다. 단순 구현 중심으로 육성된 인력은 베트남 등 해외의 저렴한 인력 대비 더 이상 경쟁력을 지닐 수 없다.

기업들의 안이한 글로벌 시장 상황의 대처도 문제다. 근거 없는 ‘IT강국’ 자신감에 안주해 시대에 뒤떨어진 방식으로 시장에 접근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IT 강국 또한 통신 인프라 영역의 얘기지 SW와는 무관하다.

이젠 글로벌 시대다. 우리 SW 기업들이 더 이상 국내의 좁은 우물에서 직원들의 부족한 의지와 열정을 탓하지 말았으면 한다. 해외 진출과 오프쇼어링이 업계의 상식으로 자리잡는 이 때에, 정부와 기업이 보다 전략적인 안목에서 SW 산업의 미래 먹거리를 개척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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