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데이터베이스(DB) 소프트웨어업체인 오라클이 인텔의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를 활용한 신형 데이터 서버를 연내 출시한다. 대규모 데이터센터에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기술이 활용되는 첫 사례다. 인텔의 차세대 메모리 기술이 클라우드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면 한국 반도체업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AWS 클라우드보다 50배 빨라”

오라클은 1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센터에서 열린 ‘오라클 오픈월드 2019’에서 자사의 신형 데이터 서버인 엑사데이터 X8M에 인텔의 차세대 ‘옵테인 DC 퍼시스턴트’ 메모리를 채택한다고 발표했다. 인텔이 지난 4월 선보인 옵테인 메모리는 D램처럼 속도가 빠르면서 전원이 꺼져도 정보가 사라지지 않는 낸드플래시의 장점을 갖춰 퍼시스턴트(persistent·지속 가능한) 메모리로 불린다. D램, 낸드플래시와 같은 메모리 반도체가 대규모로 장착되는 데이터센터 서버에 옵테인 메모리가 적용된 적은 없었다. 오라클과 인텔은 연내 신형 데이터 서버를 공개할 계획이다.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 겸 최고기술책임자(CTO·사진)는 이날 기조연설에서 “신형 데이터 서버를 갖춘 오라클의 차세대 클라우드는 세계 1위인 아마존웹서비스(AWS)의 클라우드 속도보다 50배, 세계 2위인 마이크로소프트(MS)의 클라우드 애저보다 100배 빠르다”고 공언했다. 오라클의 데이터베이스 개발을 총괄하는 앤디 멘델슨 수석부사장은 “5년 안에 퍼시스턴트 메모리 기술을 확보하지 않으면 (클라우드) 시장에서 생존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했다.

지난달엔 중국 최대 검색업체인 바이두가 검색 성능 개선을 위해 인텔의 옵테인 메모리를 활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기업들도 인텔의 옵테인 메모리가 예상외로 빠르게 확산되자 긴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텔 관계자는 “중장기적으로 데이터센터 서버에 들어가는 D램의 절반가량을 옵테인 메모리가 대체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버용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성장 속도가 가장 빠른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들도 D램과 낸드플래시의 장점을 결합한 M램 등 차세대 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연 3800만원 클라우드 공간 무료 제공

클라우드업체 간 무한경쟁이 반도체 기술 혁신을 가속화하고 있다. 오라클, IBM 등 클라우드 후발업체들이 더 공격적이다. 엘리슨 회장은 “오늘부터 사용자 한 명당 20기가바이트(GB)에 해당하는 클라우드 공간 2개를 기한 제한 없이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오라클 관계자는 “대학생 또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개발자 등이 모바일 홈페이지와 같은 소프트웨어를 최신 클라우드에서 무료로 테스트해볼 수 있는 파격적인 조치”라며 “금액으로 따지면 연간 3만1730달러(약 3800만원)짜리 최신 클라우드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아마존 등 다른 클라우드업체들도 일부 클라우드 공간과 기술 등을 무료로 개방하지만 1년 등으로 기간을 제한하거나 일정 금액을 부과하고 있다.

엘리슨 회장은 현재 16곳인 오라클의 대형 데이터센터 거점을 내년 말까지 36곳으로 두 배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AWS(25곳)의 대형 데이터센터보다 많다. 한국오라클도 내년 상반기까지 제2 데이터센터를 강원 춘천시에 건설하기로 했다.

탐 송 한국오라클 사장은 “세계적으로 기업용 클라우드 시장은 이제 막 문이 열리고 있다”며 “한국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좌동욱 특파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