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3차 수출규제 1순위 '디스플레이'…반도체보다 대일의존도 높아
일본 정부가 예고한 대로 28일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수출 간소화 대상 국가)'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시행한 가운데 최대 피해 업종 중 하나로 꼽히는 디스플레이 업계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반도체 핵심 소재에 대해 수출 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1차 경제보복 조치에 이어 2차 경제보복 조치가 현실화된 상황이다. 여기에 개별 업종에 타격을 가하는 3차 경제보복 조치가 이뤄진다면 대일 수입 의존도가 높은 디스플레이 업종이 해당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업계에 따르면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대상품목 1080여종 중 디스플레이 산업과 관련된 품목은 10여종으로 파악된다.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용 플레이트, 실리콘 러버 시트, LCD 차광시트, 블랭크마스크, 평판디스플레이 제조용 진공펌프, LCD 제조용 식각기 등이다.

국내 산업분야 중 대일본 수입 의존도가 가장 높은 업종이 바로 디스플레이(49%)다. 반도체보다도 의존도가 높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이 수출 규제를 빌미로 개별 업종을 타격할 경우 국내 중간재 생산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결과적으로 최종 제품 수출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전략물자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섀도마스크(shadow mask·화소형성 소재)는 일본이 규제 조치를 시행할 경우 상당한 타격을 입을 소재다.

섀도마스크는 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증착 공정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소재로 일본이 세계 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다. 스마트폰 고해상도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 중 하나다.

섀도마스크는 미세한 구멍이 뚫린 얇은 철판으로 구멍 크기와 간격이 일정해야 고품질로 분류된다. 디스플레이 증착 공정이 수백도 고온에서 이뤄지므로 변형도 없어야 한다.

앞서 1차 수출규제 항목에 포함된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도 일본 의존도가 높지만 일본에서 전량 수입하진 않는다. 반면 섀도마스크는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일본 다이니폰프린팅(DNP)과 토판프린핑(TPP)으로부터 전량 수입할 만큼 대일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특히 섀도마스크가 중소형 올레드 증착 공정에 주로 쓰이는 점을 고려하면 이 시장의 80% 이상 점유율을 보이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직접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그동안 모바일용 중소형 올레드 패널을 애플에 독점적으로 공급해왔다. 애플은 최근 이를 LG디스플레이와 중국 BOE 등에서도 공급받기로 하는 등 거래선 다변화를 추진 중이다.

정부가 수출규제 조치에 대응해 국산화 노력을 주문하고 있으나, 섀도마스크는 높은 기술적 난이도 때문에 국산화도 쉽지 않다. 600도의 고온 증착 공정에서 초박막 두께를 형성할 수 있는 기술은 일본 DNP 정도만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선 웨이브일렉트로닉스가 관련 기술을 개발 중이지만 아직 양산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단 섀도마스크를 규제 대상에 포함시키려는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다만 일본 정부가 규제를 강행했을 경우까지 대비하고 있다"고 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웨이브일렉트로닉스 등 개발 업체들과 함께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풀HD 이상급에 사용할 수 있는 섀도마스크 샘플 개발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