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10 개발前 S시리즈와 모델통합 논의
S시리즈 화면 커지며 "차별성 부족" 지적
"5G 시대 폴더블폰 나오면 주도권 넘어가"
플래그십 모델 판매량도 점차 하향세 영향
<자료=유진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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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62,300 -0.16%)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갤럭시S'와 '갤럭시노트' 시리즈의 모델 통합설(說)이 흘러나온다. 다음달 5세대 이동통신(5G) 시대의 새로운 폼팩터(특정 기기 형태)로 꼽히는 폴더블폰이 출시되면 효율적 운영을 위해 프리미엄급 두 모델 중 하나는 단종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23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무선사업부(IM)는 이번 갤럭시노트10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S시리즈와 모델 통합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제품 개발에 돌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갤럭시S와 갤럭시노트의 차별성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이 시장에서 제기되고 있어서다.

실제로 두 모델 간 차별화 포인트 중 하나였던 화면 크기 차이는 이미 사라졌다. 갤럭시S9의 플러스 모델은 6.2인치로 갤럭시노트8(6.3인치)과 유사한 크기였고, 갤럭시S10 플러스 모델(6.4인치)은 심지어 갤럭시노트10(6.3인치)보다 크다.

S시리즈 최신작인 '갤럭시S10 5G' 모델도 화면 크기가 6.7인치로 종전에 나온 모든 갤럭시노트 시리즈 디스플레이보다 크다. 이날 공식 출시되는 갤럭시노트10 플러스(6.8인치)만이 갤럭시S10 5G보다 큰 유일한 플래그십 모델이다.

갤럭시S 모델 화면 크기가 점차 커지면서 한 손에 잡히는 그립감을 선호하면 갤럭시S, 대화면 스크린을 선호하면 갤럭시노트 시리즈를 선택했던 종전과는 달라졌다.

삼성전자 내부에서 "둘 중 하나는 정리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를 형성하는 더 큰 요인은 스마트폰 사업 수익성 악화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IM 부문에서 매출 25조8600억원, 영업이익 1조5600억원을 거뒀다. IM 부문 영업익이 2010년 이후 2분기 기준 최저치로 떨어진 것이다. 영업이익률도 6%에 그쳤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시작한 이래 최악 국면이라 할 만하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이 하락세로 접어든 상황에서 중국 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해 마케팅비 지출을 늘리는 점, 스펙 경쟁으로 생산 원가가 이전보다 크게 뛰는 점이 스마트폰 사업 수익성을 떨어뜨리는 주요인으로 지적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스마트폰 연간 판매량이 2013년 이후 처음으로 3억대 밑(2억9130만대)으로 내려섰다. 수익성이 다소 떨어져도 규모의 경제로 버텨온 그간의 스마트폰 사업 전략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신호가 내부에서도 나오는 이유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중저가 스마트폰 판매량은 호조를 보였지만 프리미엄 제품군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삼성전자는 내년부터 스마트폰 출하량의 3분의 1(1억대) 가량을 ODM(제조자개발생산) 방식으로 돌려 효율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갤럭시J 시리즈 등 저가 제품 라인을 제조업자에 맡기고 프리미엄급 스마트폰만 삼성이 자체 생산하는 게 골자다.

ODM으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해 신(新)시장으로 꼽히는 인도·중국 등에서 화웨이, 오포 등 중국 업체들과 맞붙겠다는 심산. 특히 최근 삼성전자가 공을 들이고 있는 인도는 주로 저가 제품 이주 시장으로, 출고가가 100만원 안팎에 달하는 갤럭시S와 노트 시리즈의 주력 시장은 아니다.

여기에 5G가 범용화되면 프리미엄급 제품에선 주도권이 폴더블폰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삼성전자는 다음달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접이식 '갤럭시폴드'를 출시한다.

업계에선 LTE에서 5G로의 이동이 단순히 속도만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무선에선 쉽게 구현할 수 없었던 증강현실(AR)·가상현실(VR)·인공지능(AI)·클라우드 게이밍 콘텐츠가 개인 스마트폰에서 접할 수 있다고 본다. 소화면과 대화면을 한 번에 쓸 수 있는 폴더블폰 활용도가 극대화될 것이란 설명이다.

고동진 삼성전자 스마트폰 총괄사장은 지난 8일 미국 뉴욕에서 갤럭시노트10 언팩 행사 후 취재진과 만나 "5G 시대에 접는 폰에 대한 수요는 반드시 있을 것이다. (현재 200만원대인) 가격도 낮아질 수 있다"고 언급했다. "5G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의 차세대 먹거리", "폴더블폰만의 역할이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문제는 판매량이다. 현재 플래그십 라인에서만 수익을 내고 있는 삼성전자로선 갤럭시S와 갤럭시노트 시리즈 판매량이 특히 중요하다. 기존 프리미엄 라인을 정리·통합한다고 할 때 결국 두 모델 가운데 어느 모델이 소비자 선택에서 멀어질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역대 갤럭시S 시리즈는 △S1 2500만대 △S2 4000만대 △S3 6500만대 △S4 7000만대 △S5 4500만대 △S6 4500만대(엣지 포함) △S7 4900만대 △S8 4000만대 △S9 4300만대 수준이다.

노트 시리즈도 △노트1 1000만대 △노트2 850만대 △노트3 1200만대 △노트4 800만대 △노트5 850만대 △노트8 1100만대 △노트9 960만대다. 노트6는 출시되지 않았고 노트7은 배터리 발화 사태 이후 FE 모델로 재출시돼 40만대만 한정 판매됐다.

판매량만 놓고 보면 90만원대인 갤럭시S 시리즈가 120만원대 갤럭시노트 시리즈보다 많지만 삼성전자는 가격대와 'S펜' 충성고객 등을 고려했을 때 노트 1000만대 판매면 나쁘지 않은 성적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번 갤럭시노트10 성적이 좋지 않을 경우 마지막 노트 제품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과거 갤럭시노트7 배터리 발화 사태 이후 삼성전자 내부에서 노트 시리즈 존폐 여부를 놓고 논의를 거쳤을 때도 가장 먼저 고려한 건 향후 소비자 수요였다. 노트8 판매량이 유독 높았던 건 노트5 이후 교체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고동진 사장은 "다음달 갤럭시폴드가 출시됨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 포트폴리오 측면에선 아직 노트 시리즈를 최상위급으로 보고 있다"면서 "폴더블폰은 이제 시작하는 사업이고 이들(갤럭시S, 갤럭시노트)과는 완전히 다른 폼팩터로 판단하고 있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나타냈다.

한 업계 관계자는 "S펜에 대한 충성고객을 놓치기 싫다면 노트 시리즈를 포기한 뒤 애플처럼 S펜을 별도 판매하는 방식을 채택할 수 있다"며 "갤럭시노트10이 어느 정도 의미 있는 판매량을 보일지가 향후 노트 시리즈의 향방을 결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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