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이오 업계의 대형 인수합병(M&A)으로 주목을 받았던 제넥신과 툴젠의 합병이 결국 무산됐다. 신라젠의 글로벌 임상 3상 중단 등 돌발 악재로 인한 바이오주 동반 하락의 유탄을 맞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제넥신과 툴젠은 20일 합병계약이 해제됐다고 함께 공시했다. 주식매수청구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게 이유다.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마지막날인 지난 19일까지 집계된 주식매수청구금액은 제넥신이 약 3500억원, 툴젠이 약 12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제넥신과 툴젠이 지급해야 하는 매수 대금이 각각 1300억원, 500억원을 초과할 경우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는 합병 계약서 조항에 따라 계약을 해제했다”고 설명했다. 20일 제넥신은 코스닥시장에서 400원(0.76%) 상승한 5만2900원, 툴젠은 코넥스시장에서 3300원(6.76%) 하락한 5만200원으로 장을 마쳤다.

합병이 무산됐지만 두 회사는 신약 공동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향후 바이오의약품 시장을 이끌 것으로 예상되는 유전자세포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협력한다는 방침이다. 제넥신의 세포치료제 분야 기술과 툴젠의 유전자가위 기술을 조합해 면역거부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CAR-T 치료제를 개발할 계획이다. CAR-T 치료제는 면역세포인 T세포의 유전자를 조작해 암세포를 공격하게 하는 차세대 항암제다.

서유석 제넥신 대표는 “다른 사람의 T세포를 활용하지 못하는 기존 CAR-T 치료제의 한계를 면역항암제 파이프라인(후보물질) 하이루킨-7 기술 등으로 풀어갈 계획”이라며 “2020년 하반기에 임상에 들어가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김종문 툴젠 대표는 “합병은 무산됐지만 그동안 진행해온 연구개발 및 사업은 차질없이 이뤄질 것”이라며 “제넥신과 신약 공동개발 등 협력 관계를 유지해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바이오기업간 M&A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세포치료제 기반의 제넥신과 유전자가위 기술을 가진 툴젠이 힘을 합치면 차세대 치료제 시장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며 “당분간 바이오 기업간 전략적 M&A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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