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삼성전자를 걸고 넘어졌다. 미국의 관세 부과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다.

18일(현지시간) 블룸버그·CNBC 등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사진)는 지난 1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만찬에서 애플은 관세를 부과 받는 반면 삼성전자는 관세를 내지 않아 경쟁하기 힘들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삼성은 (생산시설이) 한국에 있기 때문에 관세를 내지 않는다. 애플로서는 관세를 내지 않는 아주 좋은 회사와 경쟁하면서 관세를 내는 건 힘든 일”이라며 “쿡 CEO의 강력한 주장에 대해 생각해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팀 쿡 애플 CEO. / 사진=한경 DB

팀 쿡 애플 CEO. / 사진=한경 DB

애플은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되는 미국의 대중(對中) 관세 대상에 해당돼 10%의 관세를 적용받는다. 애플 제품 상당수가 중국에서 생산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만들어지는 애플워치·에어팟 등은 트럼프 행정부가 예고한 9월부터, 아이폰·아이패드·맥북 등은 12월15일부터 관세를 내야 한다.

반면 삼성전자는 중국에서 일부 제품을 제조하지만 대부분 국내를 비롯해 베트남·인도 등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 관세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관세 부과로 인해 라이벌 삼성전자에게 밀릴 가능성이 높은 애플의 가격경쟁력 확보 조치를 검토해볼 수 있다고 시사한 셈이다.

생전의 스티브 잡스가 이끌던 시절 ‘혁신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던 애플은 하향세가 뚜렷하다.

간판인 아이폰 판매량은 3분기 연속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를 이어갔다. 아이폰의 매출 기여도 역시 2012년 이후 7년 만에 절반 밑으로 떨어졌다. 이러한 아이폰 부진은 애플 실적에 직격탄이 됐다. 프리미엄(고가) 정책에도 충성도 높은 고객을 보유한 애플의 영업이익률은 최근 10년새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더 큰 문제는 애플이 최근 들어 혁신적 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 폴더블(접이식) 스마트폰 경쟁에서 삼성전자(갤럭시폴드)와 맞붙는 상대가 애플이 아닌 중국 화웨이(메이트X)라는 게 대표적 사례다. 5세대 이동통신(5G)을 채택한 아이폰도 내년에나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그동안 애플이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해 비용절감 효과를 누려온 점을 감안하면 이번 관세 부과 또한 감수해야 할 리스크라고 꼬집었다. 특유의 혁신이 사라진 데다 관세 문제로 삼성전자를 거론하는 모양새가 “경쟁력을 잃어가는 애플의 현주소”라는 지적이다.

삼성전자 측은 쿡 CEO의 주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에 대해 “특별히 할 얘기가 없다”고만 했다.

김봉구/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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