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 로봇인 ‘엑소슈트’를 착용하면 평소보다 적은 힘으로 걷고 뛸 수 있다.  /하버드대 비스연구소 제공
웨어러블 로봇인 ‘엑소슈트’를 착용하면 평소보다 적은 힘으로 걷고 뛸 수 있다. /하버드대 비스연구소 제공
영화 ‘아이언맨’에서 주인공인 토니 스타크가 착용한 ‘아이언맨 슈트’는 과학자들의 영감을 자극하는 아이템이다. 영화처럼 입기만 하면 영웅으로 변신할 수 있는 제품은 아직 없다. 하지만 사람의 근력을 보조하는 수준의 엑소슈트(exo suit: 장착용 외골격 로봇)는 꾸준히 개발되고 있다. 최근에는 엑소슈트 재질을 천으로 바꾸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부피가 큰 금속으로 제작한 슈트는 무게가 상당하고 활동하는 데도 거추장스럽기 때문이다.

이기욱 중앙대 기계공학부 교수(공동 1저자)와 미국 하버드대의 코너 월시 교수(교신저자), 김진수 연구원(공동 1저자) 등이 참여한 연구진은 16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천 소재 웨어러블 로봇과 관련한 연구 성과를 소개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엑소슈트는 상체에 두르는 조끼와 허벅지에 차는 벨트를 와이어로 이어놓은 형태다. 조끼와 벨트 모두 천으로 제작했다.

엑소슈트에 달린 와이어 길이가 다리 움직임에 따라 조절되며 다리에 힘이 덜 들어가게 해준다. 조끼 부분엔 관성측정센서(IMU)가 달려 있다. 몸의 무게중심 변화를 파악하고 동작을 보조하는 힘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등 쪽에는 사람의 근육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구동기(actuator)가 있어 다리 와이어를 조절한다.

사람이 이 슈트를 입고 에너지 대사량을 측정한 결과 걸을 때 대사량을 9.3%, 달릴 때는 4.0%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메고 있는 짐에서 6㎏ 정도를 덜어내고 움직이는 것과 비슷한 효과다.

이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웨어러블 로봇은 노약자의 일상생활을 돕고 군인과 소방관 등 힘을 쓰는 업종 종사자들의 업무 효율을 높이는 데 쓰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기계연구원 첨단생산장비연구본부의 박철훈 로봇메카트로닉스연구실 책임연구원 등이 참여한 연구진도 최근 형상기억합금을 활용한 의복형 웨어러블 로봇을 제작했다.

연구팀은 전류가 흐르면 수축하는 성질을 지닌 니켈-티타늄 소재 형상기억합금을 이용했다. 형상기억합금을 직경 0.5㎜ 이하 와이어로 제작해 로봇의 근육에 해당하는 유연 구동기를 구현했다. 이 다발을 20개 묶은 구동기 무게는 20g에 불과하지만 수축할 땐 500배인 10㎏짜리 물건을 들어올릴 수 있다. 형상기억합금의 수축력을 웨어러블 로봇에 적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구동기와 배터리, 제어기 등을 모두 포함한 이 의복형 로봇 무게는 0.96㎏. 성인용 겨울 점퍼 무게와 비슷하다. 평상복처럼 입다 팔 아래쪽 작은 버튼을 누르면 옷감과 사람 몸이 밀착하며 구동기를 쓸 수 있는 모드로 바뀐다. 이후 나타나는 근육 움직임을 ‘근전도 센서’가 감지하고, 센서가 형상기억합금을 활용해 사람의 힘을 보조한다. 이 연구 성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리포트 온라인 6월 24일자에 실렸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