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검사로 3일 안에 치매 진단"
“혈액 검사로 알츠하이머 치매를 진단하는 제품을 세계 처음으로 상용화했습니다. 아직 치료제가 없는 치매를 조기 진단해 진행 속도를 늦추면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습니다.”

강성민 피플바이오 대표(사진)는 “10년에 걸쳐 혈액에서 치매 발병 여부를 나타내는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을 검출하는 기술을 개발해 냈다”며 이렇게 말했다. 2002년 설립된 피플바이오는 단백질끼리 뭉쳐서 구조가 변형돼 염증을 일으키는 단백질(올리고머 단백질)을 소량의 혈액에서 추출해 치매, 파킨슨병 등 뇌질환을 진단하는 체외진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피플바이오가 가장 먼저 개발한 것은 광우병 진단 기술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 광우병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자 소의 혈액에서 광우병을 일으키는 단백질(프리온)을 검출할 수 있는 진단 키트를 2005년 개발했다. 그러나 운이 따르지 않았다. 그는 “2000년대 초 유럽 각국이 강력한 규제로 광우병을 근절해 진단키트가 필요하지 않게 됐다”며 “그 이후 동일한 기술로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 개발에 나섰다”고 했다.

이 회사는 항원과 항체가 서로 결합하는 원리를 이용, 치매 환자에게서만 발견되는 올리고머 단백질을 검출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강 대표는 “혈액에 있는 올리고머 단백질이 너무 작을 뿐 아니라 혈액 속에서 돌아다녀 검출 기술을 개발하는 데 애를 먹었다”며 “미국, 일본 등 해외에서도 관련 업체가 많지만 우리가 기술적으로 앞서 있다”고 했다. 2000여 명을 대상으로 성능을 확인한 결과 진단 정확도는 90% 정도였다. 환자는 혈액을 추출한 뒤 3일 안에 결과를 알 수 있다.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판매 허가를 받은 데 이어 국내 출시를 위해 신의료기술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부터 필리핀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피플바이오는 자사 제품이 뇌척수액 검사, 아밀로이드-양전자단층촬영(PET) 등 기존 검사를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강 대표는 “뇌척수액 검사는 환자들이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고 아밀로이드-PET는 비용이 180만원 이상으로 비싸다”고 지적했다. 치매 증상이 나타나기 전 인지능력검사 이후 자사 제품을 활용하면 치매를 조기 진단할 수 있다는 게 강 대표의 설명이다.

피플바이오는 앞으로 파킨슨병 등으로 진단 질환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하반기에 상장을 위해 기술성 평가를 받을 예정이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