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 프리먼 뉴로보파마슈티컬스 창업자(왼쪽)와 마크 버사벨 최고의료책임자(CMO)가 신약 개발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임유 기자
로이 프리먼 뉴로보파마슈티컬스 창업자(왼쪽)와 마크 버사벨 최고의료책임자(CMO)가 신약 개발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임유 기자
“뉴로보파마슈티컬스를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시킨 것은 국내 자본이 국내 기술을 기반으로 외국 전문가들과 함께 미국 시장에서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죠.”

"동아에스티의 美 파트너사 설립 주선…기술이전 후 나스닥까지 상장"
김나연 이앤인베스트먼트 대표(사진)는 지난달 나스닥 상장사 젬파이어를 합병하면서 나스닥시장에 상장하게 된 미국 바이오벤처 뉴로보파마슈티컬스에 설립 초기부터 관여해왔다. 2017년 설립된 뉴로보파마슈티컬스는 동아에스티로부터 지난해 1월 도입한 당뇨병성 신경병증 치료제 ‘NB-01’과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NB-02’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 NB-01은 미국을 포함한 다국가 임상 3상 진입을 앞두고 있고 NB-02는 임상 2상 계획서(IND) 제출을 준비하고 있다.

김 대표는 연세대 생명공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아모레퍼시픽에서 연구원 생활을 한 뒤 증권사에서 바이오 전문 애널리스트로 활동했다. 업무차 해외 출장을 다니다가 뉴로보파마슈티컬스 창업자인 로이 프리먼 하버드 의대 신경과 교수와 인연을 맺었다. 이후 2017년 벤처캐피털로 자리를 옮겨 동아에스티의 파이프라인(후보물질)을 살펴보다가 프리먼 교수가 NB-01과 NB-02의 미국 임상 책임자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프리먼 교수에게 약물에 대해 물어봤더니 자기가 창업하고 싶을 정도로 효과가 뛰어나다고 했다”며 “미국은 교수가 회사 대표를 겸직할 수 없어 이사회 의장으로 들어오라고 제안했더니 흔쾌히 승낙했다”고 말했다.

당시 동아에스티는 미국의 다국적 제약사 애브비에 항암제 후보물질을 기술수출하는 등 항암제 사업에 집중하고 있었다. 김 대표는 동아에스티에 뉴로보파마슈티컬스에 후보물질을 넘기고 전략적 투자자(SI)로 들어오라고 제안했다. 그는 “동아에스티가 이 파이프라인을 직접 개발하는 게 좋을지 상당히 오랫동안 고심했다”며 “결국 내 제안을 받아들여 지난해 기술이전 및 권리양도를 하며 SI로 들어왔다”고 했다. 때를 맞춰 김 대표는 펀드를 조성해 165억원을 투자했다. 이후 임상시험 및 신규 파이프라인 도입을 위해 지난 3월 국내에서 투자설명회를 여는 등 추가 자금 조달을 추진해 올 상반기 280억원을 유치했다. 이앤인베스트먼트는 여기에도 100억원 이상 투자했다. 그는 “중국에서도 추가 투지 유치는 논의 중”이라고 했다.

최근 성사된 젬파이어와의 합병을 추진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3월부터다. 젬파이어는 글로벌 제약사인 화이자에서 스핀오프한 간질환 전문 바이오 벤처로 현재 시가총액은 120억원 정도다. 화이자는 젬파이어 지분 약 5%를 보유하고 있다.

김 대표는 “프리먼 교수는 화이자의 신경병증 치료제 리리카의 임상 개발에 참여하는 등 화이자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며 “화이자를 연결고리로 해 이번 합병이 이뤄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뉴로보파마슈티컬스의 파이프라인이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기대했다. 그는 “2016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천연물 신약이 시장에 더 쉽게 들어올 수 있게 규제를 풀어줬다”며 “NB-01은 리리카보다 오심, 현기증 같은 부작용은 훨씬 덜하면서도 통증 완화, 항염증 효과, 신경 생성 촉진 등 효과가 더 뛰어나 당뇨병성 신경병증 환자에게 1차 치료제로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미국 진출이 필수”라며 “국내 기술 및 자본만으로는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어렵지만 미국 전문가와 함께라면 장벽을 낮출 수 있다”고 했다.

임유 기자 free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