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가 하락과 투자심리 위축에도 불구하고 제약바이오회사의 바이오 투자 열기는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의약품 연구개발(R&D) 경험이 있는 만큼 전문 투자회사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판단에서다. 신약 개발 대비 수익성이 높다는 점도 배경이다. 신약 개발에는 오랜 시간과 막대한 연구비, 인력이 투입되고 실패 위험이 높다. 다른 바이오회사에 투자하면 R&D 비용과 실패 위험을 줄일 수 있고, 후보물질(파이프라인) 가치가 상승하면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바이오 전문 펀드를 결성하거나 투자회사를 설립하는 등 ‘투잡’에 나선 회사가 급증하고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회사 중 올해 바이오 투자 펀드를 결성한 곳은 메디톡스동화약품이 대표적이다. 보툴리눔 톡신 개발사 메디톡스는 최근 300억원 규모의 바이오벤처 투자 펀드 ‘메디톡스 투자조합 1호’를 설립했다. 한국벤처투자와 메디톡스가 각각 절반을 출자해 설립한 펀드다. 메디톡스는 이 펀드를 통해 창업 초기 바이오기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동화약품은 올초 50억원을 출자해 ‘동화-크립톤 기업가정신 제1호 펀드’를 조성했다. 국내 최장수 액셀러레이터 크립톤과 함께 운용하는 펀드로 기업가정신을 갖춘 유망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한 것이다. 동화약품은 제약사업과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바이오, 바이오 메디컬, 뷰티 커머스 등 헬스케어 스타트업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셀트리온도 헬스케어 스타트업 지원에 나섰다. 셀트리온은 미래에셋과 각각 1000억원을 출자해 총 2000억원 규모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셀트리온이 기술 심사를 하고 현재까지 800억원가량의 투자를 집행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미래에셋과 진행하는 펀드 외에 중소 바이오기업을 지원하고 상생하기 위해 투자를 늘리겠다고 밝혔다.

투자회사를 차린 곳도 있다. 광동제약은 200억원을 출자해 자회사인 케이디인베스트먼트를 세웠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정보통신기술(ICT) 등과 헬스케어산업을 접목한 차세대 성장 산업에 투자할 예정이다. 직접 투자로 성공한 부광약품유한양행도 꾸준히 바이오벤처에 투자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지난달 초 김한주 전 대표이사가 나와 설립한 신생 바이오벤처 아임뉴런바이오사이언스에 60억원을 투자했다. 부광약품은 연내 국내 바이오벤처 전문 투자회사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본업인 연구개발보다 단기 투자 수익에 치중하다 보면 회사의 경쟁력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