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 불가능한 인터넷망인 ‘다크웹’에서 벌어지는 범죄 때문에 수사기관들이 머리를 싸매고 있다. 기존의 기법으로는 대응이 어려운 데다 국제 공조까지 필요해서다. 마약과 아동 음란물, 각종 기밀정보 등이 다크웹을 통해 유통되고 있다는 게 수사기관들의 설명이다.

마약 매매·불법 동영상 유통…기존 수사기법으론 잡지 못해
관세청이 최근 발표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제우편과 특송화물을 통해 국내로 마약 등 향정신성약품을 밀반입하다 적발된 사례만 660건에 달한다. 2017년 429건에 비해 53%가량 증가했다. 올 상반기 적발 사례도 195건에 이른다. 관세청 관계자는 “다크웹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필로폰 밀반입이 급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사기관에 붙잡힌 마약 사범들의 수도 증가세다. 송희경 자유한국당 국회의원과 경찰청에 따르면 다크웹 관련 마약 사건 검거 인원은 2016년 80명에서 2017년 141명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에 따르면 2011~2017년 유명 다크웹 암시장을 통해 거래된 품목 중 마약류가 62%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수사기관이 검거한 다크웹 기반 범죄자도 늘고 있다. 지난해 5월 경찰은 아동 음란물을 다크웹에서 판매한 20대 남성과 이를 구매한 156명을 체포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검찰이 다크웹에서 마약류를 판매한 7명을 잡아냈다.

검찰과 경찰 관계자들은 최신 수사기법을 개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기존 수사 기법으로는 다크웹 범죄자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선 모든 데이터가 암호화돼 있어 일반적인 웹사이트에 비해 사용자를 특정하기 힘들다. 불법 거래 정황을 찾은 뒤에도 첩첩산중이다. 범죄자들이 거래 기록이 남지 않는 가상화폐를 거래 수단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서버가 국외에 있는 경우도 골칫거리다. 해외 수사기관과의 공조가 없으면 범인을 잡을 수 없다는 의미다.

이런 문제 때문에 수사기관이 범죄자의 시스템에 몰래 접근해 미리 감시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독일 형사소송법은 중대한 범죄의 혐의가 있는 경우 ‘대상자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정보기술 시스템에 침입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국제협력센터 팀장은 “해외 정보기관들은 다크웹 사용자의 데이터를 추적하는 기술을 개발해 중대 범죄를 미리 차단하기 시작했다”며 “국내에서도 관련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과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