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과 인터뷰하는 주용완 에이치닥테크놀로지 한국지점 대표. / 사진=최혁 기자
한경닷컴과 인터뷰하는 주용완 에이치닥테크놀로지 한국지점 대표. / 사진=최혁 기자
“블록체인의 핵심은 기술이에요. 에이치닥을 블록체인 기술 기반이 강한 회사로 만들어나가겠습니다.”

현대BS&C 정대선 사장이 설립한 블록체인 기술기업 에이치닥테크놀로지(Hdac Technology)의 주용완 한국지점 신임 대표(사진)는 ‘정공법’을 강조했다. 최근 블록체인 업계가 분산형 애플리케이션(디앱·DApp), 게임 등 체감할 만한 응용 서비스에 힘을 쏟는 것과 다소 결이 다른 관점. 응용 서비스를 잘하기 위해서도 본질인 기술력이 받쳐줘야 한다는 얘기다.

주 대표는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이용자들이 블록체인 기업에 기대하는 부분 역시 결국은 기술력”이라며 “올해는 에이치닥의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겠다. 이를 위해 글로벌 유수 기업들과의 협업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선 16일 에이치닥이 기업용(엔터프라이즈) 블록체인 솔루션 개발기업 스트롱블록과 업무협약을 체결한 게 대표적이다. 스트롱블록은 퍼블릭 블록체인 이오스(EOS)를 개발한 블록원 출신 기술진이 모여 설립했다. 프로젝트별 커스터마이징 지원을 비롯해 블록체인 프로토콜을 통해 계정관리·보안·거버넌스 등 기업 고객에 필요한 솔루션을 제공한다.

주 대표는 “에이치닥이 해온 블록체인 기술검증(PoC) 기반으로 실제 적용을 위한 공동개발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엔터프라이즈 분야에선 블록체인 기반으로 보안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 일단 투명성과 신뢰성이 확보되면 다른 영역으로도 블록체인을 확산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령 IBM이 내놓은 블록체인 기반 식품공급망 네트워크 ‘푸드 트러스트’를 월마트·까르푸 같은 글로벌 유통업체들이 연달아 도입하는 식이다. 식품이 원산지에서 소비자에게 오기까지 모든 유통 과정을 블록체인에 저장, 위·변조를 방지해 식품 이력을 추적할 수 있게 했다.

에이치닥이 이같은 블록체인 접목을 우선 시도하는 지점은 스마트홈이다. 모회사 격인 현대BS&C가 보유한 건설·시스템통합(SI) 분야 강점을 십분 발휘할 수 있어서다. 이미 현대BS&C의 주거 브랜드 ‘헤리엇’에 사물인터넷(IoT) 기반 블록체인 스마트홈 솔루션을 적용하고 있다.

그는 “블록체인은 신기술이지만 전통적 SI와 결합할 때 파급력이 훨씬 크다. 블록체인만으로 뭔가를 하기보단 블록체인을 적절히 활용해 기존 플랫폼과 생태계를 강화하는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에이치닥에겐 블록체인 적용으로 앞서나갈 수 있는 포인트가 바로 스마트홈”이라고 부연했다.
사진=최혁 기자
사진=최혁 기자
주 대표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정보기술(IT) 전문가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서 인터넷기반본부장, 정보보호산업본부장 등 주요 직책을 거쳤다. 지난해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블록체인 기술 발전전략’ 핵심과제인 6대 공공 시범사업을 총괄했다. 올 4월 에이치닥에 블록체인 비즈니스 디렉터로 영입된 뒤 이달 초 한국지점 대표로 선임됐다.

“인터넷 기술이 초창기 중앙-폐쇄형이었다가 아이폰을 필두로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생태계가 개방형으로 뒤집어졌죠. 그 다음 단계는 중앙형에서 분산형으로의 전환입니다. 블록체인이 여기에 중추적 역할을 하는 거예요. 분산-폐쇄형은 엔터프라이즈, 분산-개방형은 퍼블릭 블록체인이라 보면 됩니다.”

그가 인프라로서 블록체인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이유다. 주 대표는 “기존에 신뢰성·투명성 문제 등으로 데이터를 공유하지 않는 ‘데이터 사일로(silo)’ 현상을 풀 수 있는 열쇠가 블록체인이다. 이용자 중심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에 블록체인은 필수”라고 힘줘 말했다.

에이치닥이 앞서 발표한 블록체인 합의 메커니즘의 작업증명(PoW) 방식에서 지분증명(PoS) 방식으로의 전환, 서비스형 블록체인(BaaS)과 블록체인 기반 선불포인트 결제서비스도 연말까지는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주 대표는 “한국 블록체인 산업이 기술 중심으로 체력을 키우고, 이를 발판 삼아 글로벌 진출도 활발해질 수 있도록 에이치닥이 앞장서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사진=최혁 한경닷컴 기자 choko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