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내 세계시장서 경쟁할 디지털 치료제 내놓겠다"
1999년 신경과 의사가 된 뒤 10년 넘게 환자만 치료했다. 대부분 뇌졸중 환자였다. 서울아산병원 교수로 근무하던 강동화 뉴냅스 대표(사진)는 2010년 새로운 것을 해보자고 다짐했다. 그해 하버드대 의대 시지각학습연구실로 연수를 떠났다. 심리학자, 공학자, 수학자 등이 뇌영상 융합연구를 하는 곳이었다. 여기서 처음 시지각학습프로그램을 접했다.

시야장애로 고생하던 환자들의 얼굴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2011년 한국으로 돌아와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에 나섰다. 환자 반응은 좋았다. 시야장애 치료길을 열어줘 고맙다며 눈물을 흘린 환자도 있었다. 2017년 11월 제품 상용화를 위해 뉴냅스를 창업했다. 지난 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뉴냅비전 임상허가 신청을 했다. 국내 첫 디지털 치료제다. 강 대표는 “2021년 식약처 허가를 받아 환자들에게 제품을 사용하는 게 목표”라며 “미국, 유럽 허가 절차도 함께 진행해 5년 뒤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 제품을 만들겠다”고 했다.

뉴냅비전은 뇌졸중 후 시야장애를 호소하는 환자들이 가상현실(VR)용 헤드마운트 장치를 착용하고 훈련하도록 만들어진 소프트웨어다. 환자가 병원을 찾으면 턱을 고정된 받침대에 붙이고 40㎝ 정도 떨어진 화면을 보면서 뇌를 자극한다. 이를 휴대용 기기로 구현했다. 매년 국내에서 뇌졸중 후 시야장애를 호소하는 환자만 2만 명가량이다. 눈이나 시신경은 문제없지만 뇌 속 시각중추가 망가져 사물을 보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사분면 중 한 곳이 찌그러져 보이기도 하고 다른 사람보다 시야가 절반 수준으로 좁아지기도 한다. 겉으론 아무 이상이 없는 데다 치료제도 없어 대부분 속앓이를 하며 살아간다. 뉴냅비전은 자극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지각능력이 향상되는 지각학습 원리를 이용했다. 강 대표는 “환자마다 시야장애의 정도와 상태가 다르다”며 “환자의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저장해 상태에 맞게 난이도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게 장점”이라고 했다.

뉴냅스에는 강 대표를 포함해 동아대병원 교수로 근무하던 나현욱 최고운영책임자(COO) 등 신경과 전문의만 세 명 근무한다. 수학, 공학 분야 전문가도 참여했다.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은 6개다. 시각, 청각, 촉각 등을 깨우는 디지털치료제다.

강 대표는 “많은 신약이 실패한 것은 타깃 선정이 잘못됐기 때문”이라며 “임상 현장에서 아직 치료제가 없는 ‘언멧니즈(unmet needs, 미충족 수요)’를 포착한 뒤 어디를 타깃으로 할지 정하고 제품을 개발하는 게 원칙”이라고 했다. 그는 “약이 필요한 분야뿐 아니라 타깃도 의사가 직접 발굴하는 게 우리의 강점”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