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사진)은 8일 “클라우드와 인공지능(AI)의 접목을 통해 제조혁신을 이루지 못하면 신산업은 국제경쟁력을 얻을 수 없다”고 말했다.박 장관은 이날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출입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중기부가 어떤 역할을 했느냐고 물을 때 중소벤처기업을 위한 신산업 기반을 마련했다는 답이 나왔으면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그는 중소기업 정책의 변화와 관련, “그동안 스마트공장 보급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중소기업이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를 채워나가야 한다”며 “그 핵심은 클라우드와 AI의 접목”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스마트공장 시스템을 통해 쌓이는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축적하고 이를 AI를 통해 분석하는 플랫폼을 구축해 중소기업이 이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다.‘데이터 주권론’이란 화두도 던졌다. 박 장관은 “한국은 데이터 생산 세계 5위 국가지만 모든 정보가 아마존 구글 등 외국 기업에 집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은 자체적으로 AI 슈퍼컴퓨터를 개발했고, 중국은 구글과의 관계를 끊었다”며 “데이터가 권력인 시대에 우리도 데이터 주권론을 심각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다행히 한국엔 KT와 네이버가 클라우드를 연구하고 있다”며 “지금이 한국이 데이터산업에 뛰어들 마지막 기회”라고 말했다.한·일 무역분쟁과 관련해선 부품소재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예산권을 중기부가 가져와야 한다고 했다. 박 장관은 “부품소재 독립을 선언할 수 있는 주인공은 소재 개발에 집중하는 중소벤처기업”이라며 “산업통상자원부가 부품소재산업 연구개발(R&D) 예산을 편성해온 관행에 문제를 제기했다”고 했다. 주요 산업의 R&D 예산 편성권을 산업부가 가진 상황에서 부품소재 부문은 중기부가 가져오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설명이다.박 장관은 “주 52시간 근로제 확대 시행에 따른 중소기업 실태조사는 거의 마무리 단계”라며 “고용노동부와 논의해야 하는 부분만 남아있다”고 답했다. 실태조사는 애초 6월까지 마무리될 예정이었으나 지연되고 있다. 최저임금에 대해선 “최저임금위원회에 우리 부에서도 참석하고 있어 우리 입장이 충분히 전달됐을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문재인 정부 들어 청에서 부로 승격된 중기부 조직에 대해 “정부 조직에서 우리 부를 바라보는 시각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아 안타깝다”며 “중기부 전체 조직을 점진적으로 바꿔나가겠다”고 말했다.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
포스코가 선도하고 있는 ‘스마트팩토리’를 벤치마킹하려는 기업들 방문이 줄을 잇고 있다. LG전자 사장 등 임원진도 지난 4일 포스코 포항제철소를 찾았다.7일 포스코에 따르면 홍순국 LG전자 소재·생산기술원장(사장)을 비롯한 연구개발 분야 임원단 12명이 지난 4일 포항제철소를 방문해 스마트팩토리 기술을 적용한 주요 공장을 견학했다. 이들은 스마트데이터센터를 시작으로 인공지능(AI)이 제어하는 2고로와 자동제어기술이 적용된 2열연공장을 차례로 둘러봤다.홍 사장은 동행한 임원들에게 “포스코의 스마트팩토리 플랫폼과 기술 중 LG전자에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을 즉시 검토하고, 앞으로 포스코와 LG전자 간 스마트팩토리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해 나가자”고 말했다.스마트팩토리는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기술인 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고감도 센서 등을 활용해 효율성을 끌어올리는 생산 시설을 통칭한다. 포스코는 철강사업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2015년부터 2열연공장을 시작으로 스마트팩토리 구축에 나섰다.LG전자는 올해 초 창원1공장에 스마트공장을 도입하기 위한 공사를 시작했다. 창원1공장은 냉장고, 전기레인지, 오븐 등을 생산한다. LG전자가 가전 계열에 대규모 스마트공장을 도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지난 4월에는 LG화학의 김종현 전지사업본부장(사장) 등 임원진 6명이 포항제철소를 찾았다. 지난달에는 한솔제지 임원진이 포항제철소를 견학했다.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네이버에 비상이 걸렸다. 인공지능(AI) 인재를 더 확보해도 모자랄 판에 구글이 핵심 인력을 빼가려고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의 기술 전문 자회사 네이버랩스 유럽에서다.그럴 만도 하다. 네이버랩스 유럽은 유럽의 최대 AI 연구소다. 네이버가 2017년 인수한 제록스리서치센터 유럽이 전신이다. 학계에서 ‘신의 영역’에 올랐다고 평가하는 세계적 연구자 세 명 등 인재가 몰려 있다. ‘신의 영역’은 AI 관련 논문 인용 건수가 1만 건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작년 말부터 ‘러브콜’ 보내는 구글구글은 지난해 말부터 네이버랩스 유럽이 있는 프랑스 그르노블 지역에서 AI 인력을 뽑고 있다. 음성과 이미지 검색 등을 개선하는 데 바탕이 되는 업무를 맡을 연구 과학자를 채용할 계획이다.구글은 네이버랩스 유럽 인재들에게 이직 제안을 꾸준히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로 옮긴 네이버랩스 연구자들은 아직 없지만 네이버는 여전히 긴장하고 있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그르노블 지역은 AI 인력 초봉이 10만달러(약 1억1705만원)로 미국 실리콘밸리의 절반 수준”이라며 “하지만 세금, 물가 등을 고려하면 생활 환경이 나쁘지 않아 인재들이 선호한다”고 설명했다.구글이 네이버랩스 유럽 인재들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이들의 연구 성과가 탁월하기 때문이다. 네이버랩스 유럽은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고 수준의 AI 관련 콘퍼런스 ‘CPVR 2019’에서 뛰어난 성적을 올렸다. ‘이미지 기반 측위’ 부문 경쟁에서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이미지 기반 측위는 촬영된 사진으로 위치를 파악하는 기술이다. 네이버랩스 유럽이 수행한 ‘R2D2’ 프로젝트의 연구 성과다. ‘신의 영역’에 속한 세 명 중 한 명인 가브리엘라 시스카 연구원이 R2D2 연구를 이끌었다. ‘신의 영역’급 다른 두 명은 페이스북 AI리서치센터 소장을 지낸 플로랑 페로닌 연구개발 이사, 머신러닝 분야 전문가 크리스토퍼 댄스 연구원이다. 네이버랩스 유럽엔 세계 학계에서 1000회 이상 인용된 AI 논문을 쓴 연구원도 15명이 넘는다.구글뿐 아니라 다른 글로벌 기업들도 네이버랩스 유럽 인력을 탐내고 있다.‘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AI’라는데지난 4일 한국을 방문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AI는 인류 역사상 최대 수준의 혁명을 불러올 것”이라며 “앞으로 한국이 집중해야 할 것은 첫째도 AI, 둘째도 AI, 셋째도 AI”라고 강조했다.가장 큰 숙제는 인재 확보다. AI 전문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 중국 IT업체인 텐센트가 내놓은 ‘글로벌 AI 인재 백서’에 따르면 세계 AI 인력 수요는 100만 명에 달하지만 공급은 30만 명에 불과하다.네이버와 구글처럼 글로벌 기업들은 기존 인재를 사수하면서도 동시에 다른 기업에서 인재들을 빼앗아 올 수밖에 없다. 지난달 소니는 기존 연공서열식 임금체계를 깨고 AI 등 첨단기술 분야에 전문능력을 갖춘 신입사원에게 올해부터 최대 20% 많은 연봉을 지급하기로 했다. MS는 교육업체 제너럴 어셈블리와 2022년까지 AI 인재 1만5000명을 육성할 계획이다.이수영 KAIST 인공지능연구소장은 “글로벌 인재가 몰리는 미 실리콘밸리에서조차 ‘AI’라고 발음할 줄만 알면 채용한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라며 “한국 내 AI 인력난은 더욱 심각하다”고 말했다.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2022년까지 국내 AI 소프트웨어 개발인력이 9986명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 기간 석·박사급 인력은 7276명 모자랄 것으로 내다봤다. SK텔레콤이 한양대와 함께 AI 전문가를 양성하기로 한 배경이다.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