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처리 빠르고 보안도 탁월

IoT·VR 등 5G 신산업에
날개 달아줄 핵심기술
SK텔레콤 연구원들이 모바일 에지 컴퓨팅(MEC) 플랫폼이 설치된 서버실에서 증강현실(AR) 글라스를 쓰고 산업용 AR 서비스를 시험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SK텔레콤 연구원들이 모바일 에지 컴퓨팅(MEC) 플랫폼이 설치된 서버실에서 증강현실(AR) 글라스를 쓰고 산업용 AR 서비스를 시험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소형 클라우드 서버를 빌려준다. ‘스노볼’이다. 200달러(약 23만원)를 내면 무게 23㎏의 서버가 배송된다. 손잡이가 달려 있어 이용자가 필요한 곳에 옮겨가며 쓸 수 있다. 데이터 처리 용량은 50테라바이트(TB, 1TB=105만MB)다. 데이터 이용량 기준으로 과금된다.

아마존의 스노볼

아마존의 스노볼

클라우드 컴퓨팅에 이어 ‘에지 컴퓨팅’이 세계 정보통신기술(ICT)업계의 새로운 경쟁 분야로 떠올랐다. 스노볼은 에지 컴퓨팅 서비스의 대표적인 예다.

에지 컴퓨팅은 대형 서버를 둔 중앙 클라우드를 이용하지 않는다. 클라우드 컴퓨팅이 데이터를 한데 모아 처리하는 것과 달리 이용자의 단말기 주변(edge)에서 데이터를 바로 처리한다.

그만큼 데이터 처리 속도가 크게 단축된다. 먼 곳에 있는 중앙 클라우드 서버와 데이터를 주고받지 않아 통신망 이용 비용을 아낄 수 있다. 단말기 근처에서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해 보안성도 뛰어나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클라우드 서비스업체는 물론 삼성전자 인텔 등 하드웨어업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버라이즌 소프트뱅크 등 통신업체까지 에지 컴퓨팅 시장에 앞다퉈 뛰어든 이유다.

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가 늘어날수록 에지 컴퓨팅 수요는 급증할 전망이다. 대량 데이터를 끊김 없이 실시간 처리해야 하는 자율주행자동차, 스마트 공장 등에선 에지 컴퓨팅이 필수다. 앤디 제시 AWS 최고경영자(CEO)는 “10년 뒤엔 클라우드와 에지 컴퓨팅, 사물인터넷(IoT) 기기만 남을 것”으로 내다봤다.
클라우드 서버 들고 다니는 시대…ICT업계 새 전장은 '에지 컴퓨팅'

자율차·스마트공장에 필수 에지 컴퓨팅…"20兆시장으로 커질 것"

경기 안산에 있는 한 자동차 부품업체는 최근 공장 통신망을 유선에서 5세대(5G) 이동통신망으로 바꿨다. 에지 컴퓨팅 서비스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산업 트렌드 변화 속도가 빨라져 데이터 이용량이 급증하면서 데이터 처리 속도와 보안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5G망과 함께 에지 컴퓨팅을 도입하려는 기업이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2022년 20조원으로 성장”

마이크로소프트(MS)의 에저 데이터 박스 에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에저 데이터 박스 에지

에지 컴퓨팅은 고성능 컴퓨터가 중앙 서버에서 데이터를 집중 처리하는 클라우드 컴퓨팅과 다르다. 소형 클라우드 서버가 여러 곳에서 정보를 신속히 처리하는 방식이다.

포그 컴퓨팅, 모바일 에지 컴퓨팅(MEC) 등으로도 불린다.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스노볼부터 통신사가 5G 기지국에 구축하는 클라우드 서버, 지능형 폐쇄회로TV(CCTV) 등 기기 자체에서 데이터를 처리하는 것까지 모두 포함한다.

5G 시대가 본격화하면 에지 컴퓨팅 수요가 급속히 늘어날 전망이다. 자율주행자동차와 스마트 공장, 사물인터넷(IoT),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5G 핵심 산업이 막대한 데이터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차 한 대는 초당 1GB(기가바이트)의 데이터를 생성한다.

미국 하드웨어업체인 시게이트와 시장조사업체 IDC는 2025년 세계 데이터 총량이 163제타바이트(ZB)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1ZB는 DVD를 지구에서 달까지 두 번 쌓아 올려야 하는 데이터 양이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처리하기에 중앙 클라우드 서버는 역부족이다. 통신망 과부하와 전송시간 지연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복잡한 연산이 필요한 데이터는 고성능 중앙 클라우드 서버가, 실시간 처리가 중요한 데이터는 에지 컴퓨팅이 담당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미국 오픈포그컨소시엄은 글로벌 에지 컴퓨팅 시장이 지난해 10억달러(약 1조1700억원)에서 2022년 약 182억달러(약 21조28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컨소시엄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시스코시스템즈 등 주요 정보통신기술(ICT)업체와 미국 프린스턴대가 에지 컴퓨팅 개발을 촉진하려고 결성했다.

시장조사업체인 가트너는 2017년과 작년 ‘10대 전략기술’ 중 하나로 에지 컴퓨팅을 선정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4월 ‘10대 5G플러스 핵심 산업’으로 에지 컴퓨팅을 꼽았다.

시장 선점 경쟁 본격화

델 EMC의 에지게이트웨이

델 EMC의 에지게이트웨이

ICT업체 간 에지 컴퓨팅 시장 선점 경쟁은 뜨거워지고 있다. 클라우드업체와 통신사가 대표적이다. 기술 측면에선 클라우드 관리·운영 노하우를 보유한 클라우드업체가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가 많다. 지리적으로 많은 곳에 클라우드 서버를 구축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지국을 보유하고 있는 통신사가 유리하다.

국내에선 KT와 SK텔레콤이 5G 통신망 기지국에 MEC 시스템을 설치하고 있다. KT는 서울과 부산 등에 ‘5G IT 에지 클라우드’를 구축했다. 연내 여덟 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미국 AT&T와 버라이즌, 독일 도이치텔레콤 등 해외 통신사들도 MEC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MS는 작년 “에지 컴퓨팅과 IoT 분야에 50억달러(약 5조8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5G 통신장비가 클라우드 서버와 단말기의 원활한 통신을 지원하도록 하는 에지 컴퓨팅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이다. 인텔은 올해 초 에지 컴퓨팅용 중앙처리장치(CPU) 제품 3종을 내놨다.

에지 컴퓨팅 주도권 경쟁에서 한국이 유리하다는 분석도 있다. 세계 최초로 5G 서비스를 상용화했다는 점에서다. 나승주 인텔코리아 데이터센터 영업총괄(상무)은 “한국은 5G 통신망을 활용해 에지 컴퓨팅 기술을 산업에 빨리 적용해볼 기회를 얻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VR 등 게임 콘텐츠와 자동차, 스마트 공장 등 에지 컴퓨팅이 필요한 산업도 발달해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환경을 갖췄다”고 덧붙였다.

■ 에지 컴퓨팅

edge computing. 중앙 클라우드 서버가 아니라 이용자의 단말기 주변(edge)이나 단말기 자체에서 데이터를 처리하는 기술. 기존 클라우드 컴퓨팅에 비해 데이터 처리 시간이 짧고, 보안성이 뛰어나다.

전설리/홍윤정 기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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