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학연구원 배명애 연구팀
'자가포식'으로 질환 인자 억제
향후 조절 원리까지 규명 계획
세포 내 유해 성분을 세포가 스스로 먹어 치우는 ‘오토파지(자가포식)’ 현상을 활용해 간경변, 뇌질환 등을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유해세포 잡아먹는 유전자로 신약후보물질 개발…간경변·뇌질환 치료 길 열리나

배명애 한국화학연구원 바이오기반기술연구센터장 연구팀은 오토파지를 이용해 간섬유화를 막는 신약후보물질을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간질환은 염증이 만들어졌다가 치유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진행한다. 간이 딱딱하게 굳는 ‘간섬유화’ 과정을 거쳐 지방간→간경변→간암 순으로 악화된다. 연구팀이 개발한 신약후보물질은 오토파지를 활성화해 간경변 유발인자(TNF-알파, TGF-베타, 알파-SMA 등)의 발현을 억제한다.

연구팀은 전임상용 동물인 제브라피시에 지방간을 유발한 뒤 후보물질을 투여한 결과 지방간 부위가 줄어들었고, 투여 용량을 높이자 정상 간으로 회복됐다고 설명했다. 간경변을 유발한 쥐 대상 실험에선 후보물질을 투여하면 대리석 무늬처럼 생긴 간섬유화 흉터가 사라지는 점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이번 후보물질 기술과 관련해 국내외 특허 3건을 출원했다. 배 센터장은 “오토파지 활성으로 간경변 인자가 억제된다는 점은 알아냈지만 오토파지를 조절하는 원리는 밝혀내지 못했다”며 “앞으로 이를 규명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토파지는 세포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여긴 세포 내 소기관 등을 스스로 분해하는 자기방어 시스템이다. 세포소기관 ‘리소좀’을 발견해 1974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벨기에 생화학자 크리스티앙 드 뒤브가 오토파지란 용어를 처음 썼다. 일본의 오스미 요시노리 도쿄공대 교수는 효모 집중 연구로 오토파지 유발 유전자군을 찾아내 2016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단독 수상했다.

우울증, 퇴행성 뇌질환 등의 원인이 되는 만성스트레스 역시 오토파지와 관련이 있다. 유성운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뇌인지과학전공 교수팀은 만성 스트레스로 인한 각종 뇌질환이 오토파지에 의한 성체해마신경줄기세포의 사멸 때문이라는 점을 처음 밝혀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신경세포가 죽는다는 사실은 알려졌으나, 성체줄기세포 단위에서 사멸은 그동안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오토파지 발생의 첫 신호인 ‘SGK3’ 유전자를 제거하면 스트레스를 받아도 해마신경줄기세포가 사멸하지 않는다는 점을 쥐 실험으로 입증했다. 연구팀 관계자는 “성인 뇌의 해마신경줄기세포는 극도로 적지만, 스트레스로 인한 정서 및 인지 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타깃으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며 “중국 연구진과 함께 SGK3 억제 신약후보물질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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