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해외로 돈을 보내는 방법은 다양하다. 은행뿐 아니라 여러 핀테크(금융기술) 업체가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문제는 반대 상황일 때다. 해외에서 한국으로 돈을 보내려면 수수료가 비싼 현지 은행을 이용하는 것 외에 뾰족한 대안이 없다.

2015년 자산운용사에서 근무하던 한 청년은 “버는 것도 많지 않은데 수수료로 다 뜯긴다”는 지인들의 푸념을 듣다가 사업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저렴한 수수료로 24시간 이용할 수 있는 ‘타발송금(해외에서 국내로 하는 송금)’ 서비스를 개발하면 수요가 상당할 것으로 판단했다. 타발송금 전문 플랫폼 ‘소다트랜스퍼’가 나온 계기다.
소다크루 "수수료 싸고, 24시간 열려 있어…해외서 한국으로 돈 쏴드려요"
설립 10개월 만에 정부 규제로 좌절

미래에셋자산운용 출신인 이윤세 소다크루 대표(38)는 돌 다리를 두드리는 자세로 서비스를 준비했다. 4명의 초기멤버가 3년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17년 초 소다트랜스퍼 서비스를 내놨다.

소다트랜스퍼는 수수료를 줄이기 위해 국내 은행에 일정 금액을 미리 예치하는 방법을 썼다. 타발송금을 원하는 고객이 있으면 그 금액만큼을 국내 은행 계좌에서 쏴준다. 예치된 금액이 소진되면 해외 계좌에서 ‘뭉칫돈’을 국내로 한꺼번에 들여온다. 금액이 커지면 수수료율이 내려간다는 점에 착안했다는 설명이다.

이 방식의 장점은 수수료 절감만이 아니다. 은행 영업 시간이 아니어도 365일 24시간 송금이 가능하다. 송금 신청이 해외에서 이뤄졌을 뿐이지 실제 송금은 국내 계좌들 사이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첫 서비스 개시 국가는 미국이었다. 반응은 상상 이상이었다. 서비스 출시 1년도 되지 않아 1만6000명의 이용자가 몰렸다. 주요 고객은 예상대로 소액송금을 주로 하는 워킹홀리데이 프로그램 참가자, 해외취업자, 주재원들이었다. 이 대표는 “상당수 해외 거주자가 많게는 5만원에 달하는 수수료를 내가면서 100만원 미만의 소액송금을 하고 있다”며 “송금 수수료를 5분의 1 이하로 줄여주는 서비스는 단비와도 같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복병은 엉뚱한 곳에 있었다. 사업을 시작한 지 10개월 만에 외환거래법에 걸렸다. 정부 허가 없이 해외 송금 서비스를 하면 안 된다는 지적이었다. 결국 미국 서비스는 중단됐고 재개까지 1년이 넘게 걸렸다. 금융당국에서 원하는 자산 규모 기준을 맞춰야 했기 때문이다. 데이터센터와 보안 솔루션 등에도 목돈을 투자했다. 가까스로 지난해 말 정부 승인이 떨어졌다.

소다크루 "수수료 싸고, 24시간 열려 있어…해외서 한국으로 돈 쏴드려요"
해외 금융사 30곳 이상 접촉

소다크루 직원들은 해외 파트너사를 찾는 일이 가장 힘들다고 토로했다. 한국의 작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과 손잡으려는 업체를 찾는 게 하늘의 별 따기란 설명이었다.

이 대표는 “파트너를 물색하면서 한국 스타트업이 타발송금 시장에 뛰어들지 않는 이유를 절감했다”며 “해외 금융업체에 협조를 요청하는 이메일을 보내는 게 하루 일과의 시작과 끝이었다”고 전했다.

해외 핀테크 행사와 정부 프로그램도 적극 활용했다. 행사가 있다는 소식이 들리면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 명함을 뿌렸다. 그런 식으로 접촉한 해외 금융회사만 30곳이 넘는다. 출장을 갈 때마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가 없다’는 말을 되뇌었다고 했다. 소다크루는 올초 호주의 금융업체와 정식 파트너십을 맺는 데 성공했다. 지난 4일 서비스를 재개한 첫 지역을 호주로 정한 배경이다.

소다트랜스퍼의 경쟁 상대는 일명 ‘역송금 업체’로 불리는 호주의 사설 송금회사들이다. 이들은 카카오톡 등 메신저를 통해 영업을 한다. 은행에 비해 수수료는 저렴하지만 제도권 서비스가 아니라는 단점이 있다.

소다크루는 사설 송금업체에 비해 30~50%가량 저렴한 수수료를 적용했다. 언제 송금 요청이 들어와도 10분 안에 바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했다. 은행과 비교해 수일이 빠르다. 영업시간이 아닌 때에는 송금이 불가능한 사설 송금업체보다 훨씬 신속하다. 초기 반응은 나쁘지 않다. 이 대표는 올해 말까지 호주에 거주하는 한인의 10%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