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이 스마트폰을 닮아가고 있다. 스마트폰의 혁신 디자인과 기능이 노트북에 속속 적용되는 추세다. 스마트폰 업계의 화두였던 베젤(테두리)을 줄인 디자인은 노트북에도 스며들었다. ‘갤럭시노트’ 시리즈 등에 들어가는 펜이 장착되는가 하면 디스플레이를 스마트폰처럼 ‘터치’할 수 있는 노트북도 등장했다. ‘듀얼스크린’ ‘폴더블’ 노트북까지 나오고 있다. 노트북 업체들이 시장 침체의 돌파구를 찾으려는 노력들이다.
얇은 베젤·듀얼 스크린…스마트폰 닮아가는 노트북
베젤리스 제품 나올까

시장조사업체 한국IDC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PC 출하량은 142만 대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6.7% 감소했다. 8분기 연속 줄었다. 노트북도 전체 PC 시장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 올 1분기 국내 노트북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6.3% 감소했다.

그러나 모든 노트북 시장이 쪼그라드는 것은 아니다. 가볍고 얇은 울트라슬림 노트북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올 1분기 두께가 15㎜ 미만인 울트라슬림 노트북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58.6% 늘었다.

울트라슬림 노트북이 ‘대세’가 되면서 제조업체들은 베젤을 점차 줄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작고 가벼워져도 디스플레이가 작아지는 걸 원치 않는 소비자를 위한 필연적 선택”이라고 말했다.

LG전자의 노트북 브랜드 ‘그램’의 최신 모델인 그램 15(15Z990)는 상단 베젤을 9.3㎜로 줄였다. 2014년 내놓은 13인치 모델 13Z940의 베젤은 14.1㎜였다. 삼성전자가 이달 출시한 ‘7 Force’의 좌우 베젤은 6.7㎜다. 동급 모델로 작년 출시된 ‘5 메탈’은 좌우 각각 14.4㎜ ,15.7㎜였다. 레노버, HP, 델, 에이수스 등 해외 업체들도 노트북 베젤을 줄이고 있다. 에이수스가 올초 출시한 ‘젠북 UX333’의 베젤은 좌우 2.8㎜로 얇아졌다.

‘베젤리스(테두리 없는)’ 노트북 출시가 머지않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단 테두리만 남기고 상단, 좌, 우의 베젤을 사실상 0에 가깝게 줄인 베젤리스 노트북 디자인을 특허 출원했다.

이용자에게 ‘새로운 경험’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의 노트북도 속속 나오고 있다. 최근 인기몰이하는 제품은 접으면 태블릿처럼 사용할 수 있는 ‘투인원’ 제품이다. 올 1분기 국내 출하량은 9만5000대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51.3% 늘었다. 투인원 노트북은 키보드를 뒤로 360도 젖히면 태블릿처럼 간편하게 들고 다니며 사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노트북 펜S’, LG전자의 ‘그램 투인원’, 델의 ‘XPS 13 투인원’ 등은 펜 작업이 가능하다. 디스플레이 화면이 노트북에 추가 장착된 펜에 반응하기 때문이다. 노트북 펜S에는 갤럭시노트 시리즈에 들어가는 S펜이 사용된다. 그램 투인원에는 와콤 스타일러스 펜을 활용할 수 있다. 이들 제품에는 스마트폰처럼 화면을 터치하는 기능도 있다.

디스플레이의 변신도 시도되고 있다. 듀얼 스크린 노트북이 그중 하나다. 대표적인 제품이 레노버의 ‘요가북 C930’이다. 이 제품에는 별도의 키보드가 없다. 노트북을 열면 두 개의 디스플레이만 나타난다. 키보드 위치에 있는 디스플레이에 펜을 들고 작업하거나 전자식 키보드를 띄울 수 있다.

에이수스의 ‘젠북 프로 듀오’는 키보드를 없애진 않았다. 키보드를 아래로 내리고 키보드 영역 상단에 작은 디스플레이를 배치했다. 에이수스 관계자는 “멀티테스킹을 원하는 소비자용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접는 스마트폰’에 이어 ‘접는 노트북’도 나왔다. 레노버는 지난달 미국 플로리다에서 세계 최초로 폴더블 노트북을 공개했다. 주로 스마트폰에 적용됐던 디자인과 기능이 노트북에 채택되는 방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노트북 시장이 부진해 돌파구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며 “소비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주는 방식으로 새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