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TF, 가상화폐 규제 지침 최종 권고안 발표
가상화폐, 은행과 동일한 수준 AML 의무 적용
1년간 준비기간 거쳐 2020년 6월 새 과정 시행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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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가 가상화폐(암호화폐) 취급 업소들에 대한 규제 지침 최종 권고안을 내놓았다. 거래소를 비롯한 암호화폐 관련 기업들은 각국 관할 규제당국의 관리를 받아야 하며 암호화폐 수신자와 발신자간 신원 확인도 의무화됐다.

FATF는 21일(현지 시간) 미국 올랜도에서 열린 총회에서 "암호화폐 취급 업소(VASP)들은 암호화폐 이체 서비스를 이용한 이용자(수신자와 발신자)의 정보를 당국에 공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국제 은행들에 적용되는 자금세탁방지(AML) 규정과 동일한 수준으로 사실상 '제도권 진입'의 첫 발을 내딛은 것으로 풀이된다.

FATF의 최종 권고안 도입까지는 1년간의 유예기간이 주어졌다. 2020년 6월까지 준비기간을 둔 뒤 각국 FATF 권고안 이행 실태를 조사하겠다는 방침이다.

FATF가 내놓은 권고안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정회원 38개국, 27개 국제기구가 따르고 있다. 권고안 자체가 법적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권고안을 지키지 않은 국가는 블랙리스트에 올라 글로벌 금융시스템 접근 권한을 잃는 등 불이익이 따라 사실상 의무적으로 지켜야 한다.

최근 열린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들도 암호화폐와 관련해 FATF 권고안을 따르겠다는 공동성명을 낸 만큼 암호화폐 업계에서 FATF의 최종안은 절대적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제도권 진입 기대와 동시에 우려 목소리를 내고 있다. FATF 권고안을 준수하려면 전세계 암호화폐 거래소들간 협력이 필요해서다. 복잡한 AML 절차로 막대한 비용이 소모되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목됐다. 특히 암호화폐의 기술적 특성상 거래소 밖에서 진행되는 장외거래는 거래 당사자의 신원을 파악할 방법이 없다는 것도 쟁점이다.
전하진 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위원장(사진=김산하 기자)

전하진 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위원장(사진=김산하 기자)

이와 관련, 전하진 한국블록체인협회 자율규제위원장은 21일 서울 강남구 팍스넷에서 열린 FATF 대응 간담회에서 FATF 권고안에 대해 "자동차에 맞춰 도로교통법을 만들어 놓고 갑자기 비행기가 나오자 도로교통법으로 비행기를 통제하겠다고 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전 위원장은 "암호화폐가 거래소 밖으로 나간 순간부터는 소유자를 특정할 수 없는 상태에서 수없이 돈이 오고 간다. 이를 무슨 수로 소유자를 특정해 관리하느냐"면서 "기존 금융권과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겠다는 시각 자체가 잘못됐다"고 말했다. 이어 "외환관리를 할 때 한국 영토 밖에서 이뤄지는 일엔 신경 쓰지 않는다. 한국 영토 내로 들어오는 시점부터 관리하면 된다"며 "암호화폐도 마찬가지다. 국내 거래소로 들어와 현금화하는 시점에서만 관리하면 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김진희 싱가포르MUFG은행 상무는 "FATF의 최종 권고안은 암호화폐를 자산으로 인정하겠다는 측면에선 긍정적"이라면서도 "권고안대로라면 은행들이 자금 전송시 고객 정보를 서로 넘겨줘야 하는 소위 '트래블 룰(Travel rule)'이 암호화폐 거래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하지만 거래소 밖에서는 송신자 정보를 알 수 없어 기술적으로 권고안을 따르는 게 불가능에 가깝다"고 짚었다.

패트릭 김 센티넬프로토콜 대표도 "암호화폐 송·수신인 정보를 제공하라는 권고안을 그대로 적용하면 누구나 거래 내역을 들여다볼 수 있는 블록체인의 특성상 국내에서는 도리어 개인정보보호법에 위배될 수 있다. 소득규모, 재산보유사항, 신용정보, 경제관계 정보가 외부에 공개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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